美 연방정부 17년 만에 폐쇄 - 숨죽인 경제
"셧다운은 일시적" 전망…금융시장 아직 차분
장기폐쇄·디폴트 사태땐 성장률 폭락 불가피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교착 상태가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까지 이어지면 시장은 훨씬 더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 정치권이 17년 만의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는 데 실패한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기관투자가들에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실제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셧다운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셧다운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공공부문만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17일 소진되는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은 얘기가 다르다. 협상이 결렬되면 당장 채권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월스트리트가 워싱턴의 정치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일단 소폭 동요에 그친 금융시장
월요일인 30일 뉴욕 증시는 패닉 상태로 장이 시작됐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주말 내내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예산안을 주고받으며 벼랑 끝 대치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장 초반 172포인트나 하락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시장은 차분해졌고 낙폭은 줄었다. 결국 다우존스 지수는 132포인트(0.9%)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꽤 큰 폭의 하락이지만 패닉에 의한 투매로 보기는 어려운 정도다. S&P500 지수는 0.7%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변동성 지수도 7.1% 올라 16.55에 장을 마쳤지만 지난 20년간 평균치인 20.05에 비해선 아직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증시를 여전히 낙관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셧다운이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셧다운이 분기별 성장률을 1주일에 0.15%포인트씩 깎아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3주 동안 정부가 폐쇄되면 4분기 성장률이 2분기(2.5%)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채한도 상향도 실패하면 시장 대혼란
셧다운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JP모건 펀드의 글로벌 시장전략가인 조지프 태니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셧다운이 오랜 기간 경제와 시장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치적 긴장 상태가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으로 이어져 연방정부가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이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지난 5월 연방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를 16조7000억달러까지 늘려놓았다. 재무부는 이 한도가 오는 17일이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공무원들의 월급과 각종 복지 혜택을 일시적으로 지급할 수 없게 된다. 심하면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2011년 8월에도 정치권은 부채한도 상향조정 협상에서 ‘치킨게임’을 벌였고, 이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자 주가가 수개월 사이에 16%나 하락했다.
○예산 불확실성 실물경제에도 찬물
정치권 교착 상태와 예산 정책의 불확실성은 실물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시간대가 조사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82.1에서 지난달 77.5로 하락했다. 또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예산전쟁으로 고용 계획을 축소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제임스 맥너니 보잉 CEO는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지도력을 발휘해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의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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