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투쟁해온 좌파의 득세
비겁하고 안일했던 보수 우파들
대한민국 체제 흔들릴까 우려돼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만약 문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아마도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고 설령 발각됐다 하더라도 “농담 같은 일”로 덮어졌을 것이다. 이석기 일당이 집권세력의 한 축이 돼 통일부를 차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북방한계선(NLL) 포기 등 전직 대통령이 김정일 앞에서 한 믿지 못할 언행들도 은폐되거나 오히려 영웅시 됐을 수도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최대의 농담 같은 일’은 ‘광우병이 한국인을 다 죽일 것’이라는 선동이었을 것이다. 그 황당함으로 보면 이석기 사건보다 훨씬 더 실현성 없는 ‘내란사건’이었다. 당시 한 방송 작가는 ‘정권의 생명줄을 끊어 놓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게 생각에 그쳤다면 아무것도 아닐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방송되고 좌파 무리들이 총출동함으로써 국가 근간을 뒤흔든 대난리가 됐다. 어떤 여배우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해서 어린학생들을 울고불고하게 했는데 그녀는 한마디 사과도 없이 지금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매일 밤 광우병 위험을 방송하던 앵커는 정치권에 진출해 “댓글사건에 관련된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범죄클럽”이라고 호령하고 있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만이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사과했으니 ‘도적과 주인이 뒤바뀐’ 상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문 후보가 낙선하고 이석기 의원도 기소됐으니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음모에 흔들리지 않도록 건강해졌을까.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댓글 70여개를 쓴) 국정원의 죄가 이석기 죄보다 크다”고 했다. 제1야당이 버젓이 이런 언동을 하는 나라에선 언제나 반체제, 여적(與敵)의 폭동이 실현될 소지가 존재한다.
최근 좌파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배척 작태는 이들이 얼마나 ‘반(反)대한민국 국민 만들기’에 집념하는가를 보여준다. 현재 고교 역사교과서 시장에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과정을 부정·폄하하는 7종 교과서만이 존재한다. 여기에 긍정적 사실(史實)을 기술하려는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자 전교조와 일부 언론 등이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공격에 나섰다. 교학사 대표는 살해 위협을 받고, 직원들은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민주당까지 “교학사 통과시킨 국사편찬위원장 사퇴하라” “검정 합격을 취소하라”고 초법적 주장을 하니 기막힌 대한민국 정당이다. 민주당은 과연 어떤 역사교과서들을 수호하려 하는 것인가. 예컨대 ‘천재교육’ 교과서는 “유엔 총회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실상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으니 명백한 왜곡이다. 또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가 ‘탄압’을 했다는 표현을 10차례나 쓴 반면 북한 정권에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 교과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혁명 때 군복차림의 사진 한 장으로만 등장한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은 네 번 나온다. 부인 이희호 여사도 얼마나 큰 역사적 족적을 남겼는지 모르나 한 번 등장시켰다. 이런 역사교육을 받는 미래 세대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체제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교육·문화·연예·언론 기타 한국 사회 곳곳에 좌파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토양이 형성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전교조와 좌파들의 집념적 투쟁의 결과다. 반면 보수 우파는 안일하고 비겁했다. 정치가는 적당주의로, 언론은 양비론으로 타협해왔다. 이번에 교학사 교과서가 출판돼도 일선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한다. 이런 압도적 좌파환경에 맞서 용감히 이 교재를 채택할 교사와 교장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런 환경 속에서 자유, 시장, 기업 등 대한민국 체제의 핵심 자산들은 시들어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지금 당면한 역사와 이념의 정면 전쟁을 회피한 채 창조경제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꿈꾼다면 이야말로 농담 같은 일일 것이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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