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혼자서 A에서 Z까지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와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해야 합니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사진)이 외부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회사를 가리지 않고 협력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말하는 그는 요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한다.
녹십자는 지난 12일 미국 제약사 알보젠과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바이오전문업체 차바이오앤디오스텍(사장 양원석)과 ‘의약품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는 물론 줄기세포를 이용한 다양한 치료제 개발과 판매가 협력 대상이다.
녹십자는 세포치료제 전문업체인 녹십자셀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조 사장은 “녹십자셀이 있지만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국내 줄기세포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업체”라며 “충분히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판단해 협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백신과 혈액제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녹십자가 외부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백신은 계절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큰 데다 새로운 경쟁 업체 등장으로 시장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분기 백신과 혈액제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3상 임상시험 등 신약 개발 관련 연구개발비도 단기적으로는 큰 부담이다. 올 들어 주요 제약업체 주가가 크게 오르는 동안 녹십자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화학의약품 업체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결정한 지분 투자가 결실을 맺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녹십자는 지난해 말 일동제약 지분 15.35%를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조 사장은 “녹십자의 핵심 역량에 기반한 확장 전략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이라며 “이런 방향성만 같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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