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택면허 1호 업체
2001년 '로얄듀크' 선보여…중견 건설사 첫 브랜드경영
자체 자금으로 아파트 건설…'부실PF 쓰나미' 피해 없어
부채비율·영업이익률 올해 업계 1위 올라설 듯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미분양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발목이 잡혀 고전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에 있는 건설사 중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받고 있는 곳은 20여개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역 중견 상장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창업 이래 38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다. 증권업계에서 올해 동원개발이 부채비율(예상 59.5%)과 영업이익률(12.0%) 부문에서 대형 상장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레저·수산분야 등에서도 우량 계열사를 두고 있어 ‘알짜 기업’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부산지역 주택 면허 1호
1975년 9월 설립돼 올해 39년째를 맞은 동원개발은 현존하는 부산지역 건설사 중 주택건설 면허 1호 업체다. 1982년 토목건축공사업, 1991년 전기공사업 면허 등을 각각 취득하며 주택산업 발전에 기여해 1995년 주택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올해 시공능력평가는 53위(5040억원)로 대기업인 한진중공업에 이어 부산지역 2위를 기록했다. 2004~2007년에는 4년 연속 부산지역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동원개발은 아파트 브랜드가 생소하던 2001년 중견업체로는 처음으로 ‘동원 로얄듀크’를 선보였다. 이후 주택사업 대상지를 영남권에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2003년 3월 공급한 경기 용인시 ‘죽전 동원로얄듀크’는 706가구 모집에 3만4700여명이 몰려 평균 49.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동원개발이 수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계기가 됐다.
2011년에는 부산과 경남 김해, 울산 등에서 6000여가구를 분양해 주택공급 실적 전국 6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서 ‘동원 로얄듀크 2차’(652가구), 부산 화명동에서 ‘화명 2차 동원로얄듀크’(422가구) 등을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다음달 경기 하남 미사지구에서 ‘미사강변 동원로얄듀크’를 선보이는 등 올해도 주택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전국에 80여개 단지, 5만가구에 가까운 아파트 공급 실적을 올렸다.
동원개발이 분양 성공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에서 단지 배치와 내부 평면 설계, 인테리어 등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에서 주로 아파트를 짓는 것도 한 요인이다.
동원개발은 도로, 플랜트, 빌딩 등 일반 건설부문에서도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부산 해운대 종합영화촬영소와 부산외국어대 본관, 법학관, 학생회관도 동원개발의 기술력으로 지어졌다.
○PF 이용하지 않는 내실 경영
동원개발은 대한주택보증, 건설공제조합 등의 기업신용평가에서 ‘AA등급’을 받는 몇 안 되는 중견 건설사다. 동원개발이 부침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사업성에 대한 보수적 판단, 체질화된 내실경영,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재무 안정성과 영업이익률 등이 메이저 건설사보다 낫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원개발은 쉽게 식상할 수 있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조 난방배관 공용시설 조경 등 기본 시설에 공을 들인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강한 이유다. 미분양도 거의 없다.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단지만 공급하는 데다 조기 분양 마무리에 역점을 두기 때문이다. 2001년 업계 처음으로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세우는 등 시장 상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동원개발의 장점이다.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은 “남의 돈 쓰지 않는 게 성장의 비결”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자금 차입은 회사를 키울 ‘약’인 동시에 위기에 빠뜨리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원개발은 아파트를 지을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땅값과 건축비를 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빌리는 것과는 다르다. 자체 자금으로 땅을 사고 아파트를 짓는다. 금융비용 부담이 적어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진다. 장 회장은 “자체 자금으로 내실을 다진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저·수산·금융 등 사업 다각화
부산을 대표하는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건설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동원종합건설, 동진건설산업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레저와 관광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와 부산 기장군 등에 퍼블릭(대중)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통영시 산양읍에서 다음달 착공 예정인 골프장은 한려수도국립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미륵도 관광특구 내에 들어서 뛰어난 전망을 갖췄다는 평가다. 고용 창출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게 동원개발의 설명이다.
동원개발은 단일 규모로 국내 최대 냉장·냉동공장을 운영하는 동원·통영수산, 원양어업과 연근해어업 선단을 운영 중인 동원해사랑, ‘황토염 간고등어’를 생산하는 부산해사랑 등 수산유통업체도 거느리고 있다. 지역금융 선두주자인 경남제일저축은행도 계열사다. 공익 교육재단으로 동원과학기술대, 동원중·고등학교가 있다. 최근 교명을 변경한 동원과학기술대(옛 양산대학)는 항공정비과를 신설하는 등 지역의 기술 중심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 공헌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저소득층 주거환경 강화 프로그램(호프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노후 공부방 시설 개선사업을 벌이는 등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적극적이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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