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바다 / 찰스 클로버지음 / 이민아 옮김 / 펜타그램 / 452쪽 / 2만원
최 대리는 참치 마니아다. 전국에 있는 유명 맛집은 다 가봤고, 맛 좋은 참치를 먹기 위한 일념으로 세계 최대 수산시장인 일본 도쿄의 쓰키지 어시장까지 찾아갔다. 다이어트 중인 김 과장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해산물만 먹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 대리, 김 과장의 생선 사랑은 곧 작별을 고해야 할 듯싶다. 흔히 참치라 불리는 참다랑어를 비롯해 수많은 어족이 한때 대형 고래가 그랬듯이 지나친 어획으로 씨가 말라가고 있어서다.
《텅 빈 바다》는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해양 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짚은 심층 르포다. 20여년간 영국에서 환경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간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취재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획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는 현실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예컨대 미국 뉴잉글랜드의 스코샤뱅크에 살던 대서양대구는 150년 전 139만t이었으나 지금은 5만5000t만 남아 있다. 산업화 이후 산란종 대어의 96%가 사라졌다.
오메가3 지방산을 얻기 위해 심해까지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심해에 사는 물고기는 종에 따라 수명이 인간만큼 길고 번식률이 낮아 멸종 위기에 처한 경우가 많다. 탐욕스러운 인간은 멸종 위기의 물고기로 기름을 만들거나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든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참치 통조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동물의 목숨이 사라진다. 혼획 때문이다. 저자는 “전 세계 어획량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2900만t이 뱃전으로 버려진다. 누군가 먹는 단백질은 바다에서 어획한 양의 20%도 되지 않으며, 이것은 매년 바다에서 파괴되는 해양생물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대다수 사람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다르게 바라본다”며 “해산물이라면 그것이 속한 상태계의 안녕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이 언제나 먹고 싶을 때면 미안한 마음 한 자락 없이 양껏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렇기에 때때로 가난한 나라의 바다는 부자 나라의 약탈창고가 된다. 아프리카의 앙골라는 유럽연합에서 3200만달러(약 343억원)의 헐값을 받고 다랑어와 새우, 저서어(바닥고기) 어선 85척의 조업을 허용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다랑어잡이 선단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없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정규적으로 조업을 나간다.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어획량을 지금보다 현격히 줄이고, 규제가 힘든 남극해 같은 공해의 어장 소유권을 민간에 할당해서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해 공유지의 비극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고 해산물 소비에서도 생태윤리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촉구한다. 저자는 “멸종 위기종을 먹다가 들키는 것이 진짜 모피 의류를 걸친 모습을 ‘캡처’당하는 일보다 더 부끄러운 순간이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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