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4할타자와 통계

입력 2013-09-26 17:26
수정 2013-09-27 03:55
선수들 평균 기량 늘면서 4할타자 실종
통계 깨지더라도 반전 주인공 나왔으면

박형수 통계청장 hspark23@korea.kr


추석 연휴 전에 몇몇 직원들과 함께 대전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하위권 팀 간 경기이고 원래는 게임이 열리지 않는 월요일이라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2000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쳐 놀랐다. 경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박진감이 넘쳐 재미있었다. 프로야구를 좋아하지만 늘 집에서 TV 중계방송을 시청하거나 이동 중에 문자 중계로만 보다가 오랜만에 탁 트인 경기장에서 ‘치맥’을 즐기면서 직접 관람을 하니 새로운 기운이 충전되는 것 같았다.

야구는 기록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린다. 통계를 활용하지 않는 야구 중계방송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또한 통계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지표로도 사용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추신수와 류현진 선수도 재계약을 하게 되면 타율 출루율 승률 방어율 등의 공식적인 통계가 연봉 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야구에서 다년간 축적된 객관적 통계자료를 활용해 선수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연구분야를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 선수가 딱 한 번 기록한 이후에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유명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1996년 출간한 그의 저서 ‘풀하우스’에서 미국 프로야구 통계를 분석, 선수 기량 안정화로 인해 평균타율을 중심으로 아주 잘하는 선수도, 너무 못하는 선수도 사라지게 된 ‘분산의 감소가설’을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최근 굴드의 가설이 국내 프로야구에도 적용되는지 알아보고자 각계 아마추어 야구전문가 50여명이 모여 4개월 동안 한국 야구 30년의 방대한 통계를 분석해 연구한 일명 ‘백인천 프로젝트’의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과가 궁금해 얼른 책을 주문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듯 의미 있는 집단 지성 프로젝트에 통계가 중요한 분석 도구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웠다.

야구에서 통계가 중요하지만 통계가 경기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의외의 돌발 변수도 많다. 이런 변수들로 인해 극적이고 짜릿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는 게 야구의 묘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설을 무색하게 하는 반전으로 국내 프로야구에 4할 타자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싶다.

박형수 < 통계청장 hspark23@korea.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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