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朝變夕改'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력 2013-09-24 17:17
수정 2013-09-24 21:47
황정수 증권부 기자 hjs@hankyung.com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 전 사업부문 이익 증가 예상.”(7월21일) “3분기 영업이익 9조5500억원,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사업부문 이익이 당초 전망에 다소 못 미침.”(9월22일)

한 국내 중형 증권회사 정보기술(IT) 담당 중견 애널리스트가 쓴 삼성전자 분석보고서 내용이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2500억원(11%) 줄어드는 데 두 달밖에 안 걸렸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곳은 지난 17일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주도한다’는 제목을 단 삼성전자 분석보고서를 출간하며 ‘목표주가 210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23일 이 증권사가 발표한 삼성전자 분석보고서 주제는 ‘2% 아쉬운 실적 성장’이다. 목표주가는 190만원으로 내려앉았고,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0조4790억원에서 9조9350억원으로 낮아졌다. 1주일 사이에 분석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분석보고서 내용도 투자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다른 국내 증권사의 삼성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23일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0조3500억원에서 9조8800억원으로 낮추며 ‘환율 하락과 TV세트가격 하락에 의한 CE총괄 실적 약세, 9월 패널가격 소폭 하락’이라는 암호문 같은 한 문장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분석 능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분석보고서는 매우 자세하다. 한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지난 18일 분석보고서에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9조6893억원으로 낮춘 이유와 왜 이전 추정치가 낙관적이었는지 등에 대해 한 페이지를 할애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투자분석사’다. ‘분석’에 관한 한 ‘프로’란 의미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일부 국내 증권사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투자자들이 내용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IR부서에서 준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한다. 증권사 사장들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애널리스트에게 주면서 “기업 IR자료를 받아쓰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각 애널리스트의 관점이 확실한 심도 있는 분석이 아닐까.

황정수 증권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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