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각본대로만 공개된 '보시라이 재판'

입력 2013-09-23 18:23
수정 2013-09-23 21:07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지난 22일 밤 중국의 관영 CCTV 뉴스 화면에 나온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의 바로 앞에서 재판장이 무기징역과 정치 권리의 종신박탈을 선고하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미소 띤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판결 내용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마치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처럼.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판결 직후 분노했다. 그는 “재판은 불공정하다”고 외쳤고, “선고 내용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을 중계한 지난중급법원의 인터넷 웨이보에는 “보시라이가 판결 내용을 들은 뒤 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 나갔다”고만 적혀 있다.

세기의 재판이라는 보시라이에 대한 ‘재판 1라운드’가 끝났다. 재판의 승자는 현 집권세력이다. 좌우파 정치권력 간 다툼이었다는 보시라이 사건을 철저하게 개인 비리에 대한 재판으로 몰고 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고위층의 정치적 언급들은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그가 뇌물로 받은 프랑스 별장, 그와 부인 구카이라이, 그의 심복이었던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부장 간의 삼각 스캔들만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보시라이 재판을 통해 중국 사법제도의 투명성을 보여주겠다던 중국 정부의 공언은 빈말로 끝났다. 웨이보로 중계된 재판은 중국 정부가 허락한 사실만을 대중에 공개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국인 교수는 “재판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가 무기징역형을 받은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잘 짜여진 각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형량이 그의 범죄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정치적 재기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범죄사실에 비추어 15~20년형이 유력하다고 봤다. 중국 사법제도에 따르면 15~20년형을 받은 죄수는 감형을 거쳐 8년 이내에 석방될 수 있다. 시진핑 정부의 집권 시기에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으면 특별 감형을 받더라도 15~2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한다. 올해 64세인 보시라이로서는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기 어렵게 된다.

보시라이는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 결과가 바뀔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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