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17일 오후. 서울시 고위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AIG그룹이 콘래드 여의도호텔을 매각하겠다고 오늘 통보해왔다”며 “매각 관련 정보를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며칠 전만 해도 “AIG가 콘래드호텔을 매각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그였지만, 이날 전화에서는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짓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본지는 미국 AIG그룹이 서울시로부터 99년간 임대받은 토지에 36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완공한 여의도 콘래드호텔을 범 한진가(家) 2세인 조현호 CXC 회장에게 매각키로 했다고 23일자에 단독 보도했다.
AIG의 호텔 매각 움직임은 두 달 전 본지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지난 7월3일자에 ‘AIG가 호텔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보도 직후 서울시 담당부서와 대변인실은 ‘사실 무근’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당시 김모 서울시 투자유치과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AIG나 서울시에 확인이나 하고 기사를 썼느냐”며 반발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본지 보도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AIG의 호텔 매각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본지가 AIG 본사에 수차례 사실 확인 후 보도한 것과 달리, 서울시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와 콘래드호텔을 운영하는 AIG코리안부동산개발에만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AIG개발은 당시 “호텔을 매물로 내놓은 적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AIG개발이 부인하는데 서울시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AIG가 그동안 매각 협상과정에서 보안을 유지한 탓에 서울시가 모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콘래드호텔은 서울시가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 따라 야심차게 지은 IFC 4개 건물 중 하나다. 콘래드호텔의 이런 상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매각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23일자 본지 보도 직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서울시와의 협약상 AIG가 호텔을 매각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서울시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이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 것인지, 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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