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QE축소 따른 실물경제 악화 경계를

입력 2013-09-23 18:20
수정 2013-09-24 01:46
선진국으로 수출증대 여지 줄고
신흥국·환율 덕 기대 어려운 상황
과감한 규제완화·투자유도 중요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미국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으로 신흥국 통화와 주가의 약세 흐름이 멈추고 일부 반등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늦춘 것일 뿐 연내 축소 가능성과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다행인 것은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이 재연된다 해도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의 대외금융 및 경제부문 안정성이 뛰어나 취약국들과는 달리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차별화만으로 한국 경제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성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전반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년간 부진을 이어온 한국 경제는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증가에 힘입어 내년까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출구전략에 따른 국제유동성 축소 압력에 더해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성장 차질이 생긴다면 경기회복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구조적으로도 수출에 의존한 성장은 점차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수입이 둔화되면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2000년대 중반 6%에서 2010년대에는 3% 수준으로 줄어드는 ‘글로벌 재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한 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재정수지 적자에 투자와 저축 간의 차이를 더한 것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재정적자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어 투자가 확연히 늘어나지 않는 한 선진국으로의 수출증대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 주가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오름세를 이어온 것과는 달리 신흥국 주가는 벤 버냉키 미 Fed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이전인 올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9월 하순 현재 선진국 주가가 연초 대비 17% 오른 반면 신흥국 주가는 최근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4% 내렸다. 이는 수출을 성장동력으로 하는 신흥국 경제가 구조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성장세 둔화가 미리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율 덕을 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위기 시 금융시장 불안이 원화약세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수출확대를 통해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났던 사실도 흘러간 일이 돼가고 있다. 다른 신흥국과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자본 유입으로 한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술이전이나 고용 효과가 없는 포트폴리오 투자는 원화 강세의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안정성과 상대적인 시장규모 등의 면에서 차이는 나겠지만 지난 1994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멕시코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당시 엔화가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강세를 띠고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은 선례를 따를 수도 있다.

수출뿐 아니라 소비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국제금리 상승과 더불어 한국의 시중금리도 오르면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게 될 것이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금리상승은 추가적인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불확실성 증폭과 신용스프레드 확대 등 자금시장 여건 악화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금융과 대외부문을 중심으로 안정성은 많이 개선됐지만 성장성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양적완화의 축소와 더불어 당장 한국 경제가 금융불안에 휘말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지라도 실물경제의 장단기 성장세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 불안요인을 점검하는 동시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다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핵심은 성장잠재력 제고에 있다.

규제완화와 혁신지원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분야에 어떤 규제완화가 필요한지, 지원이 필요하다면 무엇이 필요하고 거기에 걸림돌은 없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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