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사일정 협상 착수
새누리 "선진화법 앞세워 협박 … 국민이 피해"
민주 "예산안 등과 연계 … 장외투쟁 병행하겠다"
민주당이 23일 국회에 복귀했다. 그러나 ‘매서운 원내투쟁’ 방침에 따라 정기국회 예·결산안 심의, 세제개편안을 비롯한 각종 법안 처리에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 후퇴와 세제개편안 등을 이슈화하고 새해 예산안을 국가정보원 개혁과 연계해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노숙투쟁을 해왔던 김한길 대표는 그대로 장외에 남아 전국을 돌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연대를 조직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4시간 국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향후 국정감사나 법안 및 예산·결산안 심사 등에 임하면서 대여 투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특정 정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야당의 발목잡기를 우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국회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야당 의원의 원내투쟁은 특권이자 의무로 민심을 얻는 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외투쟁은 당 대표가 직접 이끌겠다”며 “서울광장의 천막을 거점으로 삼아 민주주의와 민생을 살리기 위한 투쟁의 기운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장 24일 경기 북부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별로 숙식은 마을회관 또는 동사무소 등에서 해결하는 이른바 ‘이동식 풍찬노숙’ 투쟁을 펼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전 원내대표를 본부장으로 하는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해 가동에 들어갔다. 아울러 기초연금 등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 졸속 세제개편안, 경제민주화 및 을살리기 실종 등 각종 민생 문제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의혹,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4대강 사업 비리, 사법 개혁 등 정치 현안을 이번 정기국회 때 논의할 7대 의제로 선정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최고위원과 중진 의원들이 각 의제를 하나씩 맡아 전방위적인 대여 공세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채 총장 찍어내기’에 대해서는 대정부 긴급 현안질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이번 원내외 병행투쟁이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 본부장은 “(지난 3자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이 확인된 만큼 (이번 투쟁은) 결국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가 연계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오죽하면 새누리당과 청와대 비서실을 ‘택배정당’ ‘택배사무실’이라고 하겠느냐. 결국 대통령이 인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 수단을 (야당인) 우리가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해 예산안, 각종 법안 처리 때 민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정기국회 기간 상임위별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회 복귀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원내외 투쟁 강화 방침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여당이 원하는 대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만일 국회선진화법을 그런 식으로 악용한다면 (국회선진화법이) 식물국회법이라고 비난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수명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야당이 슈퍼갑 행세를 하며 닥치는 대로 법안 처리를 막으면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며 “(여당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민생 법안의 취지를 잘 설명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 산더미 같은 데 민주당의 태업으로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택시장 정상화 등 민생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소속 의원들에게 “상임위별로 시급한 법안을 먼저 처리해 주길 바란다”며 “연말까지 계속 미뤄지면 처리 후에도 법안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는 투쟁하는 장소가 아니라 국정 현안과 민생을 논의하는 민의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기/이태훈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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