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후퇴 논란] 스웨덴도 '보편적 기초연금' 못견뎌

입력 2013-09-23 17:14
수정 2013-09-23 23:23
해외 사례로 본 연금개혁

45%만 받는 선별연금 도입
국가부담 급증할 경우 지급액 자동으로 인하



“선진국들은 경제성장과 함께 복지를 확대했지만, 한국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하는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복지제도 확대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낮은 성장률에도 복지제도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 선진국들의 경험을 참조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스웨덴의 연금 개혁사례는 이런 면에서 기초연금 도입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스웨덴은 1946년 보편적인 기초연금을 도입했다. 3년 이상 스웨덴에 거주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했다. 1960년에는 소득에 따라 연금을 납입하고 노후에 받아가는 소득비례연금(한국의 국민연금)도 만들어 2단계 연금구조를 완성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경제 불황과 인구 고령화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재정이 연금지급액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스웨덴은 10년여간의 논쟁을 거쳐 1998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스웨덴 연금개혁의 핵심내용은 보편적 기초연금을 폐지한 것이다. 대신 연금을 적게 받거나 못 받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최저보장연금을 도입했다. 모든 노인에게 100% 지급하는 보편적 연금에서 45% 정도(2010년 기준)에게만 주는 선별적 연금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와 함께 소득비례연금은 명목확정기여(NDC) 방식의 연금과 부가연금으로 나눴다. NDC 방식은 개인이 보험료를 낸 것에 비례해 실질임금 상승분 등을 감안해 지급하는 구조다. 재원은 보험료와 국가지원금으로 마련한다. 여기에 순수한 개인저축 방식의 부가연금을 더해 스웨덴은 3층의 노후소득 보장제도를 완성했다.

이 개혁의 핵심은 능력 있는 사람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고, 연금보험료를 납입할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보호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2002년에는 자동재정균형장치를 만들었다. 경제성장률 하락 등으로 NDC 방식의 연금 지급에 어려움이 생기면 지급금액을 자동으로 낮추는 장치다. 노르웨이도 2009년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해 스웨덴의 길을 따랐다.

국내에서도 기초연금 도입을 둘러싸고 선별 집중 지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기초연금의 도입 목적이 45%에 이르는 노인빈곤율을 떨어뜨리자는 것이라면 좀 더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토론을 할 기회는 이미 놓쳤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노인빈곤율 감소 등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은 사라지고 공약 이행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만 오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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