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30여 년 역사의 '패션'사업에서 손을 뗀다.
제일모직은 23일 소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을 양도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
제일모직 관계자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지금까지는 수출 현황이 좋지 않더라도 내수산업인 패션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잘 갖춘 회사 구조였지만 이런 구조로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케미칼 등을 강화해 순수 전자재료 업체로 나아갈 예정"이라며 "양도가액은 추후 소재 부문 투자에 쓰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가는 제일모직의 결정을 '호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순수 전자재료 업체로 진화함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패션 실적 미반영으로 ROE가 낮아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패션사업 양도가액 1조원에 대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패션부문 사업의 총 자산이 1조4000억원이고, 부채는 7000억원이라며 제일모직이 나쁜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패션 부문에 들어갔던 투자 여력이 케미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제일모직은 패션 사업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주가도 진통을 겪었다. 올해 초부터 내리막세를 보여 지난 3월엔 8만원대 초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지난해 제일모직의 사업별 매출액은 케미칼이 44.4%, 전자재료가 26.1%. 회사 전체 매출액의 70%가 비패션 사업에서 나왔던 것이다. 패션 부문 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전체의 28%였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현재 결정에 대한 판단은 '물음표'"라며 "그간 패션 강화에 힘쓰던 제일모직이 왜 갑자기 손을 떼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을 모두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할 예정이다.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인력은 1468명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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