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싱글데크로 운행
이용자 많을땐 더블데크로
에너지효율 30% 개선
‘20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50층의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저녁엔 120층에 있는 전망대 식당에서 거래처 직원을 만난 후 80층에 있는 집으로 간다. 분속 600m 이상의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어느 층이든 1~2분 안에 손쉽게 이동한다.’
미국 건설전문지 ENR 최근호에 실린 미래 초고층 빌딩도시에서의 하루다. 높이 500m 이상, 100층이 넘는 빌딩에 수만명이 동시에 생활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이 잡지의 예상이다. 실제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인 20만명 이상이 생활하는 초고층 빌딩이 전 세계 곳곳에 20여개 이상 건설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이천의 현대엘리베이터 시험타워에서 만난 송달현 책임연구원은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초고층 빌딩 시대를 여는 핵심 기술”이라고 전했다. 더블데크는 2층 버스처럼 두 개의 엘리베이터를 연결해 한 번 오르내릴 때 두 배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발생하는 마찰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등 기존 대비 30%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티스, 미쓰비시, 티센크루프 등에 이어 200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더블데크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7월엔 서울 용산에 건설 예정인 LG유플러스의 26층짜리 신사옥에 들어갈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2대를 첫 수주했다. 송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에 ‘군(群)관리’와 ‘행선층’ 기술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군관리’는 이동하는 사람 수가 적을 때는 전기 소비가 적은 싱글데크 엘리베이터를, 점심시간 등 이동 인원이 많을 때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828m)에는 오티스가 만든 더블데크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1층과 최고층(160층) 전망대를 왕복하는 셔틀 기능만 한다. 다른 층은 싱글데크 엘리베이터로 이동한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은 전 층을 더블데크로 움직일 수 있다.
행선층 기술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가려는 층을 누르면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적정 인원을 가장 빨리 목표층으로 보낼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내준다. 운행 횟수에 따라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엘리베이터 운행 대수와 대기 층수를 최적 상태로 조절한다. 엘리베이터 기술에 수학적 알고리즘과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것이다.
송 연구원은 “부르즈칼리파에 이어 스카이시티(중국 창사·838m), 알카비르(쿠웨이트·1001m), 킹덤타워(사우디아라비아 지다·1600m) 등 초고층 빌딩들이 잇달아 건설될 계획”이라며 “빌딩 계획 단계부터 더블데크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회사들 간에 수주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천=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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