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UC버클리 등 3개 대학 손잡고 실리콘밸리 '창업 젖줄' 열어"

입력 2013-09-22 16:30
수정 2013-09-23 06:11
인터뷰 / '기조세션 Ⅲ 창업 강연' 레지스 켈리 QB3 회장

교수들이 직접 멘토링…2년간 140개 창업기업 배출
스타트업 성공하려면 기업·대학·지역사회 협력 필수



“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사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도 없어서는 안 됩니다.”

레지스 켈리 QB3 회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창업기업)의 제1 조건으로 “창업자가 굉장한 열정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하며, 시장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단 한푼의 자금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QB3는 캘리포니아 주립 3개대(US샌프란시스코, UC버클리, UC샌터크루즈)가 함께 만든 대학기술지주회사로, 켈리 회장은 2011년부터 회장을 맡아 젊은 연구자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 밖에도 뛰어난 기술력, 자유로운 사고, 초기자금, 관리 경험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물리적 조건을 모두 갖추기 쉽지 않은 데다 설사 갖춘다 하더라도 당장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지역사회와 각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 성공적인 ‘창업 생태계’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켈리 회장은 “대학은 창업을 북돋워야 하고, 정부는 초기 벤처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때 적절히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존 대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지적해주는 것만으로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켈리 회장은 오는 11월5~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 참석해 6일 기조세션Ⅲ(대학의 새로운 도전-지식창조 허브로의 변신)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조건’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학생과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만 연구 결과를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 한다. 바이오 연료, 합성 생물학, 개인별 맞춤 의학 등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수명 연장, 자원 고갈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험실과 민간 부문 간의 장벽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QB3의 설립 목적은 이것이다.”

▷3개 대학이 연합해 기술지주회사를 만든 이유는 뭔가.

“대학마다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UC샌프란시스코는 의학 관련 과목을 중점적으로 교육하지만 컴퓨터공학과 엔지니어링 학과가 없다. UC샌터크루즈와 UC버클리는 컴퓨터 및 기계공학 학부가 있지만 의대는 없다. 의료와 관련한 발명을 위해선 공학, 수학 등의 통찰력이 모두 필요하다. 신생 기업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융합돼야 한다.”

▷QB3는 어떤 과정으로 신생 기업을 지원하는가.
“먼저 연구자들이 ‘학자 티’를 벗고 상업적 마인드를 갖추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이어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인 어 박스(In-a-box)’라 불리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위한 수만~수십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창업 공간과 각종 실험기기를 지원한다. 또 캘리포니아 대학 네트워크에 소속된 연구 교수들은 창업 기업에 멘토링을 해준다. 이는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140개 기업이 창업했고, 올 8월에도 20개의 기업이 창업했거나 창업을 앞두고 있다.”

▷주로 어떤 기업이 창업하고 있나.

“신약 개발, 의료진단기기, 의료플랫폼 개발, 합성생물학 관련 회사가 속속 창업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자금은 어디서 모으나.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보조금, 기업으로부터의 후원금, 민간 기부금 등을 합쳐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외부에서 끌어모은다. 신생 스타트업의 일정 지분을 확보해 수익을 얻거나, 회사 매각 시 지분만큼의 배당을 받기도 한다. 인큐베이팅해 준 기업이 거둔 이익에 대한 배당과 지분 매각, 임대사업 등으로 작년 한 해 동안 1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QB3가 60만달러를 투자한 미세입자 개발업체 트루매터리얼은 설립 2년 만인 2008년 2500만달러에 의료업체 에피매트릭스에 팔렸고, 그 수익금은 수십 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따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QB3의 지원을 통해 최근 어떤 발명이 진행되고 있는가.
“최근 의료 스타트업의 트렌드는 안티에이징(노화 방지용)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QB3 연구실에선 이 같은 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재활용품에 박테리아를 번식시켜 비단을 뽑아낼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물로 빨 수 있고, 뽕잎과 누에고치도 필요 없는 이 비단 개발이 마무리되면 세계 섬유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QB3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기도 하지만 대학 기관이란 점에서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가.

“QB3는 일반적인 대학과 같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을 장려하고 혁신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대학은 서로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다. QB3도 마찬가지다. 대학 간 공동연구, 혁신적이고 과학적인 발명·발견을 이끌면서 궁극적으로 캘리포니아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도 있다.”

▷QB3 내 기존 (대)기업과의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QB3의 자금 원천은 개인의 기부금과 기업 후원금, 자체 펀딩 등이 있지만 기업과의 공동 연구자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기존 기업이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얻는 게 많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의약업체 존슨앤드존슨은 QB3 내에 창업 인큐베이팅을 위한 연구실을 열기도 했다.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화이자는 QB3 스타트업과 함께 콜레스테롤 처방약인 리피토 성능을 30% 이상 높일 수 있는 펩타이드(아미노산)를 개발했다. 치료 수준을 새롭게 높일 것이다. 기업과 창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재포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이오 테크 등을 이용한 기업환경과 스타트업이 어떻게 결합해 성공하고 있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은 과학 기반 투자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나라로 알려졌다. 열정적인 연구자이자 예비 창업가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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