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은 5∼6호기 원자로까지 해체할 것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사실상 지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9일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가 불거진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한 자리에서 도쿄전력 측에 이미 폐로 방침이 결정된 원자로 1∼4호기뿐 아니라 5∼6호기도 폐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히로세 나오미(廣瀨直己) 도쿄전력 사장은 "연내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는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노심이 녹아내리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당한 1∼4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5∼6호기 폐로를 사실상 지시한 것은 최근에 부상한 오염수 문제를 포함한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라 안팎에 보여주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아베 총리는 도쿄전력 측에 폐로가 결정된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폐로자금 확보, 저장탱크에 쌓인 방사능 오염수 정화에 대한 기한 설정 등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히로세 사장은 사고 대응 비용으로 1조엔(약 11조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 중 오염수 정화를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방호복을 착용한 채 오염수가 유출된 저장탱크 주변 등을 둘러보고 오염수 유출 현황과 대응책 등을 점검했다.
아베 총리는 시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영향이 원전 전용 항만의 0.3㎢ 안의 범위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는 기존 발언을 반복했다.
지난 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 한 이 발언이 오염수 문제의 심각성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잇달아 제기됐지만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어 "사고 처리와 오염수 처리는 확실히 국가가 전면에 나서고 내가 책임자로서 대응하고 싶다"고 밝히고, 도쿄전력에 오염수 문제 해결에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 주민과 지자체 관계자 등은 이날 아베 총리의 '완전 차단' 주장에 대해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사쿠라이 가쓰노부(櫻井勝延)시장은 "오염수가 차단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와 잠깐 본 것으로 무엇을 알겠느냐"고 꼬집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건설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탱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수 물보라를 맞으면서 관련회사 직원이 탱크의 볼트를 조이는 것을 두 번이나 목격했지만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현장의 무엇을 안다고 완전 차단 운운하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0.3㎢ 범위란 방파제로 둘러싸인 후쿠시마 원전 전용 항만 안쪽을 지칭하는 것이다.
현재 이 항만 안으로는 방파제의 열린 입구를 통해 한번 조류가 바뀔 때마다 20%의 해수가 들어왔다가 나가고 있기 때문에 오염수가 농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항만 밖으로 계속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찾은 것은 총리 취임 후 이번이 2번째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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