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3자회담 후폭풍…기약 없는 국회 정상화…경제 활성화·세제 개편 실종

입력 2013-09-17 15:56
수정 2013-09-1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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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부동산 대책 등 '공염불' 될수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이 지난 16일 합의 도출 없이 끝나면서 9월 정기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강(强) 대 강(强)’ 대치 국면의 실마리를 풀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3자회담이 오히려 서로 감정 대립을 증폭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국회 조기 정상화가 물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년도 예산안 결산 심사는 물론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국회법 내 국회선진화 관련 법 조항 때문에 여야 합의 없이는 정상적인 본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 정쟁 속에 파묻힌 정치권이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자회담에서 드러난 증세와 세법 개정안 문제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여야 간 극명한 인식차는 설령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더라도 민생 및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의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부자 감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올해 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장 의장은 “현재 재정 파탄의 원인은 바로 이명박 정부 때의 부자 감세”라며 “박 대통령이 3자회담에서 법인세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은 부자 감세 기조를 철옹성처럼 지키며 실패한 ‘MB노믹스’의 전철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무상보육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안일한 대답만 내놨고, 기초연금 문제도 ‘복지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 없는 대답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현실을 무시한 억지 주장으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구태 정치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정쟁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으로 치달으면서 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9월 정기국회가 언제 정상 가동에 들어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여야 간 팽팽한 기싸움에 밀려 부동산 경기 부양 등 시급한 민생법안은 물론 경제성장 잠재력을 키울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뒷전으로 내팽겨쳐지고 있다.

지난 2일 개원한 정기국회는 2주 넘게 공(空)회전하며 ‘식물 국회’로 전락해 버렸다. 내달 7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국정감사 역시 밀고 당기는 정쟁 속에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선 민주당은 물론 정치적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청와대와 여당 모두 타협 정치의 실종과 민생 외면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추석 민심의 역풍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 “부자감세부터 철회”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기국회를 통과해야 할 민생법안도 줄줄이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복지 재원 확충을 위해 세 부담을 늘리는 15개 관련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 철회를 선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통과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당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 126건을 선정했다. 이 중 경제 활성화 관련 법이 49건으로 가장 많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시간선택제근로자 보호 및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은 박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중점 처리 법안이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염불이 된다.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로 영구 인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과 리모델링 주택의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확대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 포털 독점과 불공정 관행 개선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 등도 국회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졸속심사 불가피

국회 본연의 임무 가운데 하나인 전년도 예산결산도 이미 법정 처리 시한을 20일 가까이 넘겼다. 국회법에 따라 9월 초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325조1000억원에 달하는 전년도 정부 집행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보고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정쟁에 빠진 국회는 아직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결산 국회는 정부가 전년도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는지, 예산 집행 과정에서 중복 지출이나 낭비는 없었는지 따져보는 사후 심사 시스템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말 부처별로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2012년도 결산보고서를 전달했지만 결산안을 상정한 상임위는 아직 없다.

원내·장외 병행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이 결산 국회에 협조해 뒤늦게 심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졸속 심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호/김재후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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