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물은 두 가지 역할을 하며 우리경제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모든 기업의 생산물을 판매하는데에 훌륭한 촉진제 역할을 하는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판촉물 자체가 한국경제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사양화 되어가는 제조산업의 중요한 축이라는 겁니다.”
얼마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막을 내린 ‘제2회 서울 판촉 및 선물용품 박람회’에서 만난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 김영석 회장의 말이다. 웬만한 사람들이 기억하는 판촉물은 사실 몇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동네 당구장이며 맥줏집 등이 개업할 때 나눠주던 가게이름이 적힌 라이터나 볼펜, 우산등이거나 기념식이나 경조사에서 나눠주던 수건이나 돗자리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유수의 판촉선물 제조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결과 탁월한 아이디어에 미려한 디자인과 색상을 지닌 상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플래스틱으로 만든 땅콩모양의 스마트 폰 받침대, 한글의 자음과 모음으로 디자인 한 우산, 바쁜 현대인을 위한 어깨넓이의 지압식 스트레칭 줄, 아웃도어 캠핑 붐에 맞춘 다용도 랜턴, IT시대에 맞춤한 스마트 폰 항균함과 깜찍한 디자인의 여분 축전기.
왠만큼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제품들이 보기 좋게 전시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판매를 촉진하는 제품으로만 인식하니까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촉선물 제조산업의 시장규모가 얼마인지 아세요?약 2조여 원으로 추산하거든요. 무척 크죠?” 김영석 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160여 제조업 회원사에 생산제품을 대행판매 하는 전국 방방곡곡의 3만여 딜러사들 그리고 거기에 평균 가족수를 곱하면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판촉선물 제조, 판매에 깃들어있다. 그것도 땀 흘려 정직하게 일하는 우리네 삶의 현장이 이렇게 이웃해 있는 것이다.
출범한지 4년이 된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는 기존의 사단법인처럼 상업적 도메인인 닷컴을 쓰지 않는 대신 닷넷을 쓰고 있다. 왜 그럴까.
“기존의 협회가 있는데 제조 회원사와 딜러 회원사의 소중한 회비를 몇몇이 부정하게 쓰는 걸 알고 안되겠다 싶었죠. 투명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그러니까 상생하는 협회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정해야죠. 그래야 다함께 발전하니까요.”
30년 전부터 거울과 시계를 만드는 ㈜스타양행의 창업자로서 경영인의 길을 걸어 온 김영석 회장이 지난 해 협회장을 맡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거울과 시계, 언뜻 생각하면 흔하디 흔한 제품이다. 그만큼 특출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문득 제품 진열대에 놓여있는 기품있는 손목시계가 눈에 띈다.
“전에 재미동포 바이어가 우리회사를 방문했는데 우리가 만든 손목시계를 지녔더군요.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때 저희가 청와대에 납품한 기념 손목시계였는데 미국에서 선물받았답니다. 신기한 인연이다 싶으면서도 뿌듯했죠.”
30년은 긴 시간이다. 인생으로 치자면 한 세대이다. 이렇듯 좋은품질의 거울, 시계 제작의 한 길을 걸어와서일까. 김영석 회장은 서울통상산업진흥원의 회원이기도하다. 서울특별시 산하 공공기관인데 가입자격이 까다롭다. 이곳에서 그는 판촉선물제조산업의 지평을 넓히며 제조회원사와 판매딜러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까 상생을 얘기했었습니다만 제조회원사와 판매딜러사는 마치 실과 바늘같은 관계예요. 생각해보면 바늘만 갖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실만으로도 마찬가지거든요.”
좋은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기만 해서는 판로가 없는 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고 넓은 영업망을 갖고 있어도 좋은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면 아무런 경제행위가 가능하지 않으니 안성맞춤인 표현이다. 이런 상생의 원리를 바탕으로 김영석회장은 제조회원사와 판매딜러사 이 두 주역의 친목과 상호 이익 증대를 위해 함께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 계획이다.
판매망의 주요한 한 축인 온 라인 쇼핑몰을 활용하기 위해 협회 차원의 통합 쇼핑 몰을 만들어 제조회원사의 제품들을 제 때 전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것이다.
한국판촉선물제조협회 회장으로서 이렇듯 매진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경영하는 회사에도 신경써야 하지않을까. 그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얼마전부터 일본의 유명한 색조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에 우리 스타양행의 손거울을 납품하고 있어요. 초기에 까다로운 옵션에 맞추느라 고생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입니다. 협회 회장일을 하는 것이 제 회사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속 말씀 드렸지만 멀리 보면서 서로 잘 살아야지요.”
충남 대천의 앞바다를 벗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늘 한결같은 바다를 품에 안고 자라서인지 넓은 한 길을 가는게 좋더라구요.”라며 “천상 우직한 바닷가 사람 기질이예요.”라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동시에 그는 요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리 경제계에 고언을 덧붙였다.
“우리 거울제품이 유럽에 수출되고 있어요. 그런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경제가 심각하게 떨어져 영향을 받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아요. 제조업이 탄탄하게 뒷받침 되니까 문제없는 겁니다. 우리도 요즘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등에 몰두하는데 그래도 제조업이 근본 바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킨텍스 전람회의 한 부스에서 만났던 제조회원사의 젊은 직원의 원대한 농담이 문득 떠 올랐다.
“아마 우리 판촉인들은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면 지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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