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위기의 벤처 캐피털] (4) 볕 들지 않는 회수시장…벤처 ‘동맥경화’ 우려

입력 2013-09-16 16:57
2011년 이후 매년 1조원씩 신규투자 이뤄지지만
IPO건수 ‘최악’…회수시장 막혀


이 기사는 09월07일(06: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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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시장은 벤처선순환 구조의 핵심이다. 대규모 벤처펀드가 조성되고, 이 펀드들이 수백개의 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회수시장이 침체되면 투자금을 제때 회수할 수 없다. 자금이 순환하지 않으면 새로운 펀드도 조성되지 않는다.

국내 회수시장은 극도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벤처시장에 자금은 계속 유입되는데 배출구가 꽉 막혀있는 ‘동맥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요 회수시장인 기업공개(IPO)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 측은 코넥스시장 개장, 세컨더리펀드 조성 등 회수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회수시장 활성화에 실패할 경우 수조원의 정책자금이 비상장시장에 묶여 버리는 ‘벤처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회수는 10%뿐?…벤처선순환 ‘적신호’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자펀드들의 신규투자 규모는 2011년 1조47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후 2012년 1조322억원, 올 상반기엔 5079억원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만큼 3년 연속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벤처기업에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회수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청산조합 기준으로 회수동향을 살펴보면 2008년 총 회수액은 31억원, 2009년 62억원, 2010년 73억원이었다. 2011년과 2012년은 각각 193억원, 857억원으로 늘어났지만 투자자금에 비해 회수금은 10분의 1 수준이다. 벤처 신규투자금이 5~7년 후 회수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해도 현저히 부족하다.

벤처캐피털들의 주요 회수창구인 IPO 시장 침체의 영향이 컸다. 2011년 상장기업 수는 74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8곳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17곳(8월말 기준)에 그쳐 작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상장규모는 2011년 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올해는 3100억원을 겨우 웃돌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스닥 IPO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공모주시장은 점차 악화되는 추세”라며 “올해 대규모 펀드가 조성돼 매년 2조원씩 신규 벤처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IPO 시장이 이후에도 개선되지 못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VC 외면으로 거래량 ‘부족’
정부는 최근 회수활성화를 위해 세컨더리펀드 조성, 코넥스시장 개설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에게는 실효성이 없어 외면받고 있다.

새로운 회수시장으로 떠오른 세컨더리펀드는 매각자와 인수자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세컨더리펀드는 이미 사모투자펀드(PEF)나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벤처기업의 주식을 새로운 투자자가 다시 매입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펀드 만기까지 IPO를 하지 못한 피투자기업의 지분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의외로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만기가 돌아온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기존 투자한 기업이 1~2년 이내 실적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세컨더리펀드에 팔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계정(PI)으로 매입한다. 또는 투자자들에게 요청해 청산을 늦추는 방법을 택한다. 반면 세컨더리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실적이 나쁜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난 7월 출범한 코넥스시장은 거래량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22개 상장 종목 가운데 절반 가량만 가격이 형성되고 있고,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인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벤처캐피털로부터 외면을 받은 영향이 컸다. 벤처캐피털들은 시장 출범 전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수차례 금융당국에 요청했지만,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수시장 못키우면 벤처육성도 결국 ‘실패’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부터 수조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는만큼 앞으로 신규투자는 매년 2조원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자금이 제때 회수되기 위해선 회수시장을 5배 이상 키워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들어가기만 하고 회수할 수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그 벤처투자시장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현재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창구들은 확보돼 있지만 이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IPO를 활성화 하는 동시에, 세컨더리펀드 및 코넥스의 부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동혁/심은지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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