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새 지평 연다 上]효성 '탠섬' 국산화 첫발…탄소 강국의 꿈, 창조경제 실현한다

입력 2013-09-16 09:41
수정 2013-09-24 15:17
한지(韓紙)와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탄소복합소재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전주시는 최근 효성그룹이 탄소섬유(carbon fiber) 공장을 완공하고 양산체제를 갖춘데 이어 GS칼텍스가 공장 건립에 뛰어들면서 대기업 2곳을 유치했다. 오는 2020년까지 관련분야 100여개 중소업체를 유치해 국내 탄소산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한경닷컴은 총 3회에 걸쳐 우리나라 탄소섬유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기술 장벽이 높아 정부조차 회의적이던 탄소섬유 시장에 전주시가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효성 전주공장이 그 시작이죠. 기업 유치를 늘리고 연구기관을 집적시켜 전주시를 국내 어느 지역에도 없는 탄소산업단지로 키울 계획입니다."

최근 전주시청에 만난 송하진 전주시장은 탄소섬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탄소섬유를 시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 2020년까지 연간 10조원의 매출과 6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고강도·초경량화 등 국내 주요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기초복합소재다. 항공분야는 물론이고 스포츠·레저분야, 자동차·풍력, 건설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강도는 강철보다 10배, 탄성은 7배 이상 높으면서도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제 2의 ‘산업의 쌀’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6대 탄소섬유 소비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 같은 '꿈의 소재' 탄소섬유의 국산화는 효성의 가세로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 효성은 전주시와 협력을 통해 2011년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효성은 지난 5월 탄소섬유 전주공장을 완공하고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효성 외에도 한국카본 등 소재 관련 기업들 17곳이 현재 전주시에 입주한 상태다. GS케미칼, SK케미컬, 삼성정밀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일부 대기업들도 탄소소재 분야에 뛰어들겠다고 밝혀 관련 시장이 달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 효성, 전주공장서 연간 2000t 양산…2020년 1만7000t 3조 매출 기대

2008년 전주시와 공동연구계약을 맺은 효성은 3년 만에 탄소섬유 양산화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도레이와 경쟁할 수 있는 고강도 탄소섬유인 '탠섬'(TANSOME)이 그 주인공이다. T700 등급의 탄소섬유를 개발한 것은 일본과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탠섬'을 개발한 효성은 전주시의 도움으로 공장 착공에 들어가 1년3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2500억원이 투입된 전주공장은 지난 5월부터 연간 2000t 규모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효성의 탄소섬유 국산화는 올해 재계의 화두인 '창조경제'를 펼쳐보인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효성은 신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 및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효성 전주공장은 원재료 생산부터 완성된 탄소섬유를 만드는 소성공정까지 전 공정을 갖췄다. 탄소섬유 제조는 원료를 만드는 프리커서(Precursor)공정과 이를 1000°C 이상에서 태우는 소성공정으로 나뉜다. 이중 기술 확보가 어려운 프리커서 공정을 갖춘 것은 국내에서 효성 공장이 처음이다.

효성은 탄소섬유 글로벌 수요가 10만t 이상으로 증가하는 2020년까지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을 1만7000t까지 늘린다는 것. 이를 통해 1000여명의 신규 고용과 3조원의 연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 예향 도시 전주가 첨단소재 전진기지로 탈바꿈한 이유

뚜렷한 지역 기반 산업을 갖고 있지 않던 전주시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 부품단지 조성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 차례 실패를 맛본 전주시는 탄소산업에 눈을 돌렸다. 자동차 부품 소재 중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탄소섬유에서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에도 탄소산업단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희소성에도 매력을 느꼈다는 게 전주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주시는 2003년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현재 한국탄소융합기술원)를 세우며 사업의 첫 걸음을 내딛었고,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섰다. 2007년 조례 개정을 통해 탄소섬유 관련 업체에 최대 100억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약 181만7000㎡ 규모의 산업단지에는 팬계(아크릴 섬유 소재)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효성 공장이 준공을 마쳤다. 피치계(원유 잔여물 소재)를 생산하는 GS칼텍스 역시 공장을 세우고 있어 전주는 탄소섬유 산업의 양대 계열을 확보하게 됐다.

안동일 전주시 탄소밸리팀장(탄소산업과)은 "일본이 탄소섬유 시장을 장악한 터라 초기 시장 진입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입 대체 효과와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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