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이 1966년 만든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원제 Fantastic Voyage)는 뇌사상태에 빠진 과학자를 구하기 위해 특수 부대요원들이 자신의 인체를 축소시켜 그의 신체 내부에 들어가 치료한다는 줄거리다. 이 영화는 소재가 워낙 엉뚱하고 기발해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깊은 감명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있다고 한다. 198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맥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이너스페이스도 상황 설정은 마이크로 결사대와 비슷하다.
이 같은 공상 과학 영화에 가장 자극을 받은 사람들은 물론 과학자들이다. 영화에서는 인간이 미생물보다 작게 변하지만 과학자들은 인간 축소 대신 미세한 캡슐형 로봇을 상상하고 있다. 이 캡슐 로봇을 사람이 원격 조종하거나 로봇 스스로가 목표 지점을 찾아가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같은 상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성과의 하나가 캡슐 내시경이다. 이미 10년도 더 전인 2000년에 이스라엘의 기븐 이미징(Given Imaging)사가 일반 내시경을 길이 11㎜의 알약과 같은 캡슐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캡슐 내시경은 주로 위장이나 소장 대장 등의 영상을 찍는 진단용으로 활용된다. 캡슐 소재나 렌즈 필름 등 진단장치는 소화기 내에서 부식되지 않으며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구성돼 있다. 초당 수십 장의 영상을 촬영한다. 한 번 사용된 캡슐은 자연 배출돼 그 역할을 다하게 된다. 환자는 수신 장치를 몸에 휴대하면서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무게가 4g 이하로 떨어진 극소형 제품들이 나오고 있고 위산이 배터리 역할을 대신하면서 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품도 소개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영상장치뿐 아니라 연산장치와 기억장치, 송수신장치 등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초소형화해 캡슐에 집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현된다면 인체 내 혈관검사와 체온 호르몬 검사 등 인체의 모든 작동을 파악해 의사와 환자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된다. 구글이 이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몸속에 집어넣어 두고 이를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보안 캡슐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주인이 다가가면 자동차가 저절로 시동을 걸 수도 있다. 그리되면 망막이나 지문도 옛말이 되고 말 것 같다. 구글은 인간 몸 자체가 컴퓨터 플랫폼으로 변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한다. 공상이 현실로 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은 과연 어디인지.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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