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연기론이요? 그런 건 없어요."90년대를 풍미한 남자 배우를 손꼽으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카리스마 배우 이정재(40)다. 그는 1993년 영화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에서 조연으로 연기를 시작해 같은해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인기 덤에 올랐다. 당시에는 훤칠한 외모로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2013년 영화 '신세계'에 이어 '관상'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깊이 있게 소화해내며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어느새 '오빠'에서 '배우'로 거듭난 이정재. 그는 9월11일 개봉한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으로 또 한 번 스크린을 장악할 예정이다. '관상'은 조선의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가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계유정난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정재는 수양대군 역을 맡아 어린 왕을 내쫓고 역모를 일으키는 등의 악역 연기를 펼친다.이에 한경닷컴w스타뉴스는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이정재를 만나 영화 '관상'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데뷔 20년 차에 들어선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이정재는 영화 '관상'을 본 소감을 묻자 "항상 아쉽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볼 때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작품도 그랬던 것 같아요. 또 한 시대를 뒤흔든 실존 인물이니까 욕심도 났고요"라고 밝혔다.그는 영화 속에서 제일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다들 '관상'을 보고 영화가 길다고 하시는 데 저는 반대로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양대군이 단순히 악역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살짝 아쉽더라고요. 왜 수양대군이 악인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된 부분은 촬영했지만 편집됐고, 실제로 대사의 반이 잘려 나가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감독님의 재량이니까. 그리고 배우의 입장에서 내가 한 연기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실 이정재는 수양대군의 라이벌 김종서(백윤식)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내뿜기 위해 섬세한 변화를 시도했다. "연기도 중요하지만 카리스마를 내뿜는 외향적인 것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항상 촬영 전 미리 성악으로 목소리를 풀고 갔어요. 목소리 톤을 약간 올려서 연기하니 왕의 후손이라는 위엄이 표현되더라고요. 그리고 얼굴의 상처 등 분장을 비롯해 의상으로센 이미지를 냈죠. 그래서굳이 악역이라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겉모습에서 한몫했어요."'관상' 속에서 이정재가 내뿜는 카리스마는 어마어마하다.그냥 서 있는 자세에서조차도 강한 기가 느껴질 정도다. 이에 '센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연기했나'라는 질문에 이정재는 "아니다. 오히려 힘을 뺐다"고 반박했다."요즘 눈에 힘을 주는 연기는 많이들 안 해요. 특히 사극이라고 하면 과장된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힘을 빼는 데 주력했어요. 과장된 연기를 하려고 하는 저를 더 눌렀죠. 또 눈에 힘도 적적히 빼고 연기했어요. 오히려 수양대군의 눈빛에 힘보다는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을 담으려고 했죠.(웃음)"의외의 발언이었다. 수양대군같이센 인물에 오히려 힘을 빼고 연기했다니. 그렇다면 이정재에게 왠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사극 연기와 '신세계'같은 현대극 연기 중 어떤 것이 더 힘들었을까. "저는 사극과 현대극 똑같이 힘들다고 생각해요. 아니 오히려 현대극이 더 힘들어요. 사극은 초반에 의상과 분장 그리고 말투에 대한 불편함이 있지만 그건 2주 정도 버티면 자연스레 몸에 배요. 그에 비해 현대극은 섬세한 것에 있어 고민할 거리가 더 많은 것 같아요."데뷔 20년 차에 있어서도 이정재는 연기를할 때면 고민이 많고, 아직도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있어 '관상' 현장은 어땠을까.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뗐다."과거에는 배우가 많은 작품을 한다는 것을 안 좋게 봤어요. 그땐 '다작 배우'가 참 안 좋은 말이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보고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타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이번 '관상'에서는 송강호 씨의 연기를 보면서 소름이 끼칠 때도 있었고, 나 역시 저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부러움을 느끼곤 했죠. 또 그건 비단 송강호 씨 뿐만 아니라 후배인 조정석과 이종석에게도 느낀 바에요."
"현장에서 본조정석은 연기 속에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것이 있더라고요. 분명 코믹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왠지 짠한 느낌(?) 정말 그건 배우로서 부러운 부분이에요. 또 이종석은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더라고요. 오히려 제작진들이 말릴 정도로 열정이 대단해요.그런 부분을 보면서 후배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죠. 배우들 역시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답니다."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는 이정재. 그렇다면 이정재가 바라본'이정재'는 어떤 배우일까. 그는 자신만의 '연기론'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연기론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해요. (웃음) 종종이야기를 들어보면 역할에 푹 빠져있거나 혹은 연기는 연기라고들 하시는데. 저는 작품 할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사람이 매번 똑같이 연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우가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이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관상'까지 33개의 작품을 하며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한 이정재의 비결이 궁금했지만 그것은 과오였다. 기술적인 면보다 작품에서 오는 감성에 충실하며 캐릭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기한 이정재. 그것이야말로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그의 원천이 아니었을까."20년 동안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호평과 혹평을 듣고 흥행한 작품도 있었고 흔히 망한 작품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관상'을 통해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그들과 추억을 쌓으면서 얻은 기억들이 저에게는 소중하듯이. 많은 작품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추억들이 저에겐 소중한 재산이에요. 물론 '관상'이 멀티캐스팅이라 제가 조금 밖에 안 나온다는 것은 아쉽지만요. (웃음)"한경닷컴 w스타뉴스 기사제보 news@wstarnews.com ▶ 클라라 공식 사과 "글 그만 쓰고 마음·연기공부 전념" ▶ 지드래곤, 해외서 대서특필 ‘K팝 보다 더 큰 현상’ ▶ 송중기 훈련소 사진, 분대장 완장 차고 꽃미소 ▶ 정하윤, 부친상으로 혼전임신 숨겨 "지켜주고 싶었다" <!-- p style="margin:50 0 0 0" class="arti_txt6 he22" id="newsView" --><!-- sns 보내기 -->▶ [포토] 하나경 '속옷 드러낸 파격적인 시스루 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