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한식은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식의 식재료가 영양이 풍부한 다양한 채소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 음식과 같은 명절 음식은 평소에 먹던 한식과는 다른 식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질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기름에 지지거나 볶는 종류가 많고, 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보니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 넘쳐난다.
흔히 추석상에 올라가는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녹두빈대떡 등 전류, 송편 등 떡류, 각종 채소·나물, 불고기, 잡채, 갈비찜, 소고기무국, 토란국 등이다.
칼로리를 살펴보면 녹두빈대떡 207.94㎉, 송편 200㎉ 정도다. 음식량으로 생각해 보면 녹두빈대떡 한 장, 송편 네 개에 해당하는 칼로리다. 이렇게 한끼만 먹어도 557㎉가 나온다.
여기에 밥 한 공기(약 300㎉), 맥주 한 캔(130㎉), 소주 한 잔(60㎉)만 곁들여도 칼로리는 엄청나게 올라간다. 추석용 한끼 섭취칼로리가 1000㎉를 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영양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을 보면 20세 이상의 성인이 섭취해야 하는 하루 에너지 필요 추정량은 남성이 2000~2600㎉, 여성은 1600~2100㎉ 정도다. 반면 한 시간 및 체중 1㎏당 운동별 에너지 소비량은 걷기 4.8㎉, 속보 5.28㎉, 조깅 9.24㎉다. 60㎏의 성인이 한 시간 걷는다고 하면 288㎉를 소모한다는 뜻이다. 한끼에 1000㎉의 칼로리를 섭취한 경우 걷기를 4시간 정도 해야 겨우 이 모든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명절 음식 때 가장 많이 먹는 잡채나 갈비찜은 어떤가. 350㎉ 이상의 열량을 가지고 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과 같은 고지혈증 환자는 지방 섭취량이 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먹는 양을 각별히 조절해야 한다.
나트륨 함량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염분에 함유된 나트륨이 체내 섭취되면 수분을 증발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나트륨 함량이 많을수록 고혈압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명절 음식은 지방 섭취가 평소보다 많아지는 시기다. 만성질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명절이 끝난 뒤 비만과 각종 성인병이 확연히 늘어난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최근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나물도 기름에 볶는 경우가 많아 채소 섭취 못지않게 지방 섭취를 늘린다.
결국 명절 음식은 탄수화물과 지방의 과다 섭취를 유발하고 채소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가급적 신선한 채소를 명절 식단과 함께 골고루, 적당히 먹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김진리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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