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 조나 레러 지음 / 김미선 옮김 / 21세기북스 / 328쪽 / 1만6000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라고 주관식 시험문제를 냈다. 한 학생은 ‘봄’이라고 적어냈다. 의도했던 ‘물’이 아닌 답에 난감해 하던 교사는 결국 정답으로 처리했다. 최근 모 방송사 캠페인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일화다.
자녀 교육뿐 아니라 자기계발, 기업 혁신, 국가 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창의적 사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찰이나 혁신으로 이어지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어떻게 키우고 확산시킬 것인가.
과학저술가인 조나 레러는 《이매진》에서 개인·집단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심화되는 과정과 원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창의성에 대한 탐구를 상상력의 물질적 근원인 뇌에서 출발한다. 팝가수 밥 딜런, 스카치 테이프를 발명한 3M 연구원 딕 드루, 첼리스트 요요마, 시인 W H 오든 등 뛰어난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창의성을 최고로 발현한 순간에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부제가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인 이유다.
사례로 든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은 각기 다르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형태가 달라서다. 딜런은 창작의 한계에 부딪혀 음악 활동을 중단하고 외딴 오두막에서 쉬고 있을 때 막다른 골목에서 찾아오는 ‘통찰의 순간’을 경험한다. 자신조차 조절하지 못하는 상상에 내맡긴 채 팝음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곡으로 평가받는 ‘라이크 어 롤링스톤’을 단숨에 썼다.
이 순간 뇌의 우반구에서 감마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감마파는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와 같은 ‘원격 연상’의 창의적 사고와 밀접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창의성에는 전전두피질이 활발히 작동하고, 즉흥 연주와 연기를 잘하려면 반대로 전전두피질의 회로를 억제해야 한다.
상상력을 촉진시키는 환경이나 물질도 형태에 따라 다르다. 때로는 목욕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야 하고, 카페인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되거나 소파에 앉아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저자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집단, 도시에서 상상력을 통찰과 혁신으로 발전시켜가는 방법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한다. 애니메이션 영화사인 픽사를 성공으로 이끈 창의적 문화는 프로그래머와 애니메이터 등 구성원 간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에서 나왔다. 픽사의 최대주주인 스티브 잡스가 건물 내 유일한 화장실을 사람들이 오가는 중심 공간에 배치시킨 것도 빈번히 주고받는 잡담이 집단적 창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저자는 뇌과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의 연구성과와 생생한 혁신 현장 취재 내용 등을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엮어 창의성과 상상력의 발현이 개인의 삶과 사회, 문화를 얼마나 활기차게 만들어주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는 “다양한 창의성과 상상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보다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고, 더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집단적 상상력을 억제하는 제도와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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