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오리온 잡으려고 만든 '수미칩' 제조공정 알고보니…

입력 2013-09-12 09:55
수정 2013-09-12 15:42

'生감자칩=포카칩'으로 통했던 감자칩 시장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빼어날 수(秀)와 아름다울 미(美)를 합친 이름으로 의인화시켜 마케팅에 뛰어든 농심의 '수미칩'이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농심은 일반 가공용 감자(대서품종 등)가 아닌 가정 조리용 '수미종'으로 독자 기술인 진공저온공법(저온에서 감자를 튀겨내 갈변현상을 막는 기술)을 적용, 업계 최초로 스낵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미국 설비를 들여왔다. 20여년 간 오리온에 빼앗긴 감자칩 1위 자리 탈환을 위해서다.

12일 농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수미칩의 매출액은 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성장했다. 농심은 특히 연초부터 '4대 경영 화두'로 '감자칩 시장 1위 탈환'을 공개 발표하면서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오리온과 농심의 감자칩 시장점유율은 각각 60%와 3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스낵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농심이지만 감자칩 시장에서 만큼은 1994년 이후로 단 한 번도 부동의 1위 오리온 '포카칩'을 위협하지 못했다. 결국 20여년 만에 수미칩으로 포카칩에 제대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3년 전인 2010년, 농심은 기존 스낵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수미감자를 상품화하기로 결정했다.

수미감자는 기존의 감자칩을 튀긴 온도에서 가공하면 색이 변하고 식감이 떨어진다. 진공상태에 가까운 압력을 유지한 가운데 낮은 온도에서 가공해야 제품화가 가능했다는 것. 이러한 진공저온공법을 고안해 낸 곳이 농심이고, 이 기술을 구현해 내기 위해 미국 기업의 설비까지 들여와야 했다.

수미칩의 생산시설은 미국 내 유명한 유기농 식품업체 헤인셀레스철그룹(The Hain Celestial Group, Inc.)이 일괄 관여한 설비다. 헤인셀레스철그룹은 이미 미국에서 진공저온공법으로 스낵을 생산하던 곳이며 국내에선 배우 고소영씨가 임신기간 중 먹었다는 '테라칩'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테라칩을 만든 곳이 헤인셀레스철그룹이다.

농심이 수미감자로 스낵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도 진공저온공법 덕분이다. 농심 관계자는 "수미칩에 적용된 진공저온공법은 농심에서 개발했지만 이를 구현해 낼만한 국내 기술이 없었다"며 "감자칩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농심이 공을 들인 건 기술뿐이 아니다. 1년 중 6~11월 사이에만 수확되는 수미감자를 사계절 확보하기 위해 전국 450여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었다. 나아가 이를 보관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 약 1만1570㎡ 규모의 저장·관리 시설을 완공했는데 170억 원 이상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저장시설이다.

일각에선 스낵 개발을 위해 외국의 기술과 설비까지 들여오는 농심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수미칩의 상품화 도전 역시 일종의 '모험'이었다는 평가다 적지 않았다.

기존 생감자칩에서 쓰던 대서감자보다 수분함량과 당도가 높은 수미감자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찐 감자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품종이다. 그러나 고당도로 인해 갈변현상이 나타나고 높은 수분 함량으로 썰기가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상품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미감자는 수분함량과 당도가 높아 제품화시키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의 업계의 판단이었다"며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품화하기로 결정한 건 농심의 승부수였다"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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