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영화감독 두 번째 소설 '각하는 …' 출간
“우리는 흔히 지난 시대의 악을 독재자 한두 명의 어깨에 모두 지우려는 꾀를 부립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로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악했다면 그 시대를 살았던 모두에게 조금씩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전반적으로 그 시대를 돌아봐야지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지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등의 각본을 쓰고 ‘휴머니스트’ ‘아버지와 마리와 나’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 이무영 씨(49·사진)가 두 번째 장편소설 《각하는 로맨티스트》(휴먼앤북스)를 발표했다. 제5공화국 시절 영부인 이름을 잘못 말했다가 온갖 고초를 겪는 앵커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민낯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다. 하지만 단순히 지난 독재 시절을 공격하는 흔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는 부조리한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주문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11일 만난 이씨는 “우리는 지금 과거를 독재자 한두 명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만, 사실 사회 모든 면의 정서가 야만적이었다”고 했다. 교사는 학생들을 하찮은 짐승 대하듯 걷어차기 일쑤였다. 청와대 옆 청운중에 다니던 이씨는 교복 상의 ‘후크’를 풀고 가다가 청와대 경비원에게 뺨을 심하게 맞기도 했다.
“그런 야만적 정서로 모두가 쳇바퀴 돌듯 살아갔습니다. 그게 그 시대의 모습인 거죠. 학생들을 발로 차던 교사들도 또 다른 ‘각하’였던 겁니다. 저를 미친 듯이 때렸던 그분들이 지금은 손자들을 사랑으로 쓰다듬어주겠죠. 당시 시대를 만들었던 사람 모두가 성찰해봤으면 좋겠어요.”
제5공화국 때의 진실이 모두 밝혀졌으면 한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군사 쿠데타가 진실로 구국의 결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잘못이었다든지, 5·18 때 누가 발포 명령을 내린 건지 등 독재자와 체제 조력자들이 뉘우침과 사과를 담아 진실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숨이 멈추기 전까지 그 시대에 집착하는 건 불쌍한 일인 것 같아요.”
그는 소설을 쓰면 꼭 시나리오 버전도 함께 쓴다. 적절한 투자가 있다면 이 작품을 코미디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다. 유머러스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볼 때 진실이 보이고, 그래서 코미디는 비극을 전달하는 가장 적절한 장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영화인으로서 소설을 쓰는 이유를 묻자 “인내를 통해 자기 세상을 펼치려고 하는 작가의 자세가 좋다”고 했다. 소설을 쓰는 건 고통스러운 일인데 스스로를 괴롭히는 작업을 끝냈을 때 성취감이 크다는 얘기다. 이씨는 1990년대에는 대중음악평론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종합예술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의 창작 예찬이 이어졌다. “이 세상 모든 창작물이 정말 좋아요. 모든 창작물은 위대합니다. 하지만 작가나 감독이 되겠다고 작심한 적은 없어요. 흘러가는 대로 흐르고 주어진 길을 갔을 뿐이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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