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반토막 땐 '회장 성과급' 절반 깎인다…금융지주 등 금융사 경영진 보수, 실적과 연동

입력 2013-09-11 17:30
수정 2013-09-12 01:48
"이익 줄어도 고액보수" 비판에
모범규준 만들어 시행키로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연간 보수가 실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순이익이 반 토막 나면 성과급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순이익이 두 배로 증가하면 성과급도 두 배로 불어난다. 올해 대부분 은행의 순이익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임을 감안하면 내년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연봉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성과급 ‘하방경직성’ 고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CEO 성과보상체계 개편안’을 마련,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감독당국은 각 금융회사들이 이를 내규에 반영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성과급의 경우 성과에 철저히 연동토록 한다는 점이다. 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의 연간 보수는 기본급과 단기성과급, 장기성과급, 활동비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단기성과급은 전년 실적에 따라 그 다음해 지급되고, 장기성과급은 3년 뒤부터 스톡그랜트(성과연동 주식무상지급권) 등의 방식으로 이연돼 지급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말로만 ‘성과급’일 뿐 실적에 연동되는 정도가 미미하다. 실적이 크게 나빠지더라도 성과급은 거의 줄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에 관계없이 성과급이 오르는 회사도 있다.

감독당국은 이를 고치도록 했다. 기본급과 활동비는 그대로 두되 성과급은 100% 실적에 연동되도록 했다. 일정한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 뒤 실적이 2배로 오르면 성과급도 2배로 지급하고, 반대로 2분의 1로 순이익이 줄면 성과급도 절반으로 줄이도록 했다.

지주회 회장의 연간 보수 중에서 3분의 2는 장·단기 성과급이다. 예를 들어 작년 신한금융 회장의 연간 보수는 27억원이었다. 기본급 6억원에 단기성과급 약 7억~8억원, 장기성과급 9억~10억원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3억원 정도의 활동비로 구성돼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내년부터는 18억원이 실적에 연동된다.

○지주사 회장 내년 연봉 깎일 듯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경영진 성과보수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수가 너무 높다는 여론을 의식해 직급에 따라 임원들의 보수를 10~30% 깎는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회장 보수를 30% 안팎, KB금융은 20% 안팎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감독당국이 마련한 개편안을 적용하고 올해 실적이 나쁜 점을 감안하면 내년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지급된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간 보수는 △신한금융 27억원 △KB금융 24억원 △하나금융 14억원 △우리금융 10억원 수준이었다. 기본급에 단기성과급, 장기성과급, 활동비 등을 합친 것이다. 장기성과급은 책정된 최대 금액이 지급되는 걸 가정해 정해졌다.

신한금융은 내년 회장의 보수를 30%가량 깎을 예정이다. 작년 27억원에서 20억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만일 올 순이익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할 경우 보수는 12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반대로 2배로 증가한다면 28억원 수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신한금융이 성과보수체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지만, 실적에 따른 보수의 변동폭이 커지는 건 확실하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를 무조건 깎겠다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며 “다만 실적이 좋으면 더 많이, 실적이 나쁘면 적게 보수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와 보험사 경영진의 보수는 이미 상당 부분 실적에 연동되고 있는 만큼 지주사와 은행이 보수체계를 많이 고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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