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조세 관할권 침해…독일 "예정대로 도입할 것"
유럽연합(EU) 법률자문단이 지난 2월 도입이 결정된 금융거래세가 불법이라고 결론지은 것으로 10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로 한 EU의 결정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EU 법률자문단은 최근 “금융거래세 시행은 EU 조약에 위배되고 참여하지 않는 국가를 차별하며 회원국의 조세 관할권을 침해하는 불법”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공개 보고서였지만 일부 내용이 유출돼 파문이 확산됐다.
보고서가 문제 삼는 부분은 금융거래세 도입 범위다. 지난 2월 EU가 발표한 금융거래세 적용 방침에 따르면 도입을 결정한 역내 11개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의 금융회사는 주식과 채권 거래액의 0.1%, 파생상품 거래액의 0.01%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EU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EU 법률자문단은 이 같은 조치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의 금융거래세 부과 조치는 영국 등 역내 국가는 물론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도 반대해 왔다. 영국은 지난 4월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정식으로 제소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EU는 자신들의 조치가 불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며 “공개된 보고서가 결국 금융거래세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거래세에 찬성했던 독일은 “예정대로 도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법률적 문제들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며 “금융회사들이 2008년 이후 벌어진 금융위기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EU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통해 연간 350억유로의 세금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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