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사업 등 안정적 수익 확보 주력
대형은행 자산 30% ↑…대마불사 논란은 지속
2008년 9월15일 막대한 부실 모기지채권에 시달리던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504.48포인트 폭락했고 월가의 악몽은 시작됐다. 롱아일랜드 햄프턴에 호화 별장을 보유했던 뱅커들은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보너스가 지급되는 매년 1월 각 은행 정문 앞에서 개인용 제트기를 팔던 세일즈맨들도 자취를 감췄다. 그로부터 5년.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모건스탠리 본사 1층에는 리처드 피셔 전 회장이 즐겨 찾았다는 고급 시가바 대신 미니 컵케이크를 파는 빵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화려했지만 위험했던 월스트리트가 지난 5년간 지루하지만 안전한 곳으로 바뀌어온 변화의 역사를 상징한다. 5년 동안 월스트리트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과거의 영광은 재현될 수 없다
2008년 9월21일 미국 중앙은행(Fed)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위기에 빠진 IB들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대신 촘촘한 정부 규제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였다. 2010년 7월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마련한 새 금융규제법안 ‘도드-프랭크법’에 서명했다. 2년여에 걸쳐 이뤄진 일련의 조치는 과거 월스트리트의 수익 모델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드-프랭크법 중에서도 월가의 수익성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한 것은 ‘볼커룰’이다.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고안한 이 법안은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트레이딩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한 법안이다. 과거 IB들은 고객의 사자 주문과 팔자 주문 사이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이른바 ‘시장조성(마켓메이킹)’에 자기자본과 빌린 돈까지 얹는 프롭트레이딩(자기자본거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프롭트레이딩 덕분에 2006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33%, 23.5%에 달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이 같은 은행들의 ‘도박’이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보고 볼커룰을 제안했다. 금융권의 로비와 의회 내 논란으로 볼커룰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미 트레이딩 사업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지난 상반기 두 은행의 ROE가 각각 11.5%와 2.48%로 쪼그라든 배경이다.
○월가의 새로운 생존법
“시장은 우리가 스미스바니를 인수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초 주가가 50%나 하락한 직후다. 웰스매니지먼트(자산관리) 1위 업체였던 메릴린치에서 영입된 고먼은 2009년 CEO가 된 뒤 모건스탠리의 수익 구조를 트레이딩 중심에서 웰스매니지먼트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수익이 크지만 위험도 큰 트레이딩 사업의 매출 비중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씨티그룹에서 이 분야 4위 업체인 스미스바니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2006년 27%에 불과했던 웰스매니지먼트 매출 비중은 지난해 50%까지 늘어났다.
골드만삭스도 부유층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킹 사업에 지난해 뛰어들었다. “레버리지(차입투자)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월가의 새로운 생존법”(모건스탠리 관계자)인 셈이다.
○대마불사…끝나지 않은 논쟁
지난 3월 Fed가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위기관리 능력 심사)에서 미국의 18개 대형 은행 중 17개 은행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실업률이 다시 12.1%로 치솟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각각 50%, 20% 넘게 폭락할 경우 현재 약 13%인 이들 은행의 핵심 자기자본비율(Tier1)이 9분기에 걸쳐 7.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Fed가 정한 최소 요건인 5%를 넘길 수 있는 셈이다.
지난 5년간 은행들이 안전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다. 지난 5년간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오히려 30%나 늘어났다. 미국 정치권과 금융권 일부 인사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한 ‘글라스-스티걸법’을 1999년 폐지한 것이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해왔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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