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 변화
금융 공적기능 강조에 수익성 크게 악화
1000조원 가계부채 '잠재적 위기' 뇌관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에 휩쓸렸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5년간 굳건히 버텨냈다. 최근엔 거시경제 지표도 미미하나마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내성은 약화됐다. 수익성과 건전성도 악화됐다. 각종 규제 강화와 공공 기능 강조 분위기로 기초체력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무섭게 늘어 1000조원에 육박했다. 조만간 미국의 양적완화도 축소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쓰나미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거시경제 지표는 호전됐지만…
금융위기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었다.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요인이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2008년 9월부터 그해 말까지 외화 자금 700억달러가 빠져나갔는데, 당시 2700억달러의 외화보유액 및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등을 바탕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며 “5년이 지난 지금 외환보유액이 3300억달러로 늘고 단기 외채 비중도 크게 줄어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5년간 거시경제 지표는 더 탄탄해졌다. 총 외채 중 단기 외채 비중은 올 6월 말 29.1%로, 2008년 9월 말(51.9%)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310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규제 및 소비자 보호 정책 등이 강조되면서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를 합치려던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이 깨지는 등 제자리걸음을 하는 형국이다. 해외 진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책금융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변화다. 4년 전 분리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통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익성 악화 지속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고 부실자산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 18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1조1000억원에 그쳤다. 은행권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8%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1.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들이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이자수익 자산 1조원을 굴려 얻은 운용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빼고 나면 190억원도 못 건진다는 얘기다.
보험사도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낮은 금리로 인해 자산운용 수익이 줄고 있는 데다 업체 간 경쟁은 심화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증권사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순이익은 1조2300억원으로 전년(2조2100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국내 금융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외국계 금융사들도 슬슬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윤 원장은 “국내 금융시장이 아직 병에 걸린 상황은 아니지만 여건 악화로 금융사들의 기초체력이 고갈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국내외 상시 위기에 대비해야”
금융위기 이후 5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넘겼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당장 급증한 가계부채가 문제다.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980조원으로 불어났다. 2008년 말(723조5000억원) 이후 250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 동력이 약화된다.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경우 금융회사들도 타격을 입는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고 신흥국 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가계·기업 여신 증가와 부실 문제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경제 환경이 악화될 경우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및 신흥국 위기, 중동 지역 갈등, 아베노믹스 등 동시다발적인 변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상시 위기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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