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왜 고전할까
제조업 부진 원인 3가지
땅 신성시…토지확보 난항
전기 등 인프라 미비…규제 많고 숙련공 부족
인도가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5월5일 인도 환율은 달러당 54.8루피였으나, 이달 들어 65루피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20% 정도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통화 가치 하락이 경제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다. 수입 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반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인도의 사정은 엔저 기조에 따라 일본 제조업체들의 1분기 순익이 대부분 50% 이상 급증하는 등 엔화가치 하락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과는 너무나 다르다. 수출 기업이 많지 않아 환율 상승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데다 수입 단가만 올라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게 인도의 현실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2012~2013 회계연도(12개월) 경상수지 적자액은 사상 최고인 878억달러(약 96조6000억원·GDP의 4.8%)에 달했다. 인도 중앙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적자 규모(GDP의 2.5%)를 크게 넘어선 액수다. 이런 상황에서 루피화 가치 하락은 인도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인도 경제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허약한 제조업 기반이다. 환율 상승의 덕을 볼 수 있는 제조업 비중이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1.1% 선인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제조업이 위축됐을 때 통화위기가 닥쳤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을 담보로 돈을 빌렸던 1979년, 다시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1년 인도의 제조업 GDP는 각각 -3.2%, -2.4%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조업과 위기가 일정부분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슐루 다스굽타 인도 경제인연합회(FICCI) 사무총장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등 수출이 유리한 환경이지만,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약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까닭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문화적인 측면에서 제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규모 토지 확보가 쉽지 않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투자자문사 맥스틴의 이건준 공동대표는 “인도에서는 땅을 ‘여신’으로 신성시하는 데다 상속의식이 강해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최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 추진하던 인도 제2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도 부지 매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조업 운영에 필수적인 숙련된 기술 인력과 제도적인 장치가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는 숙련공이 부족해 콜센터, 소프트웨어 제작에 치우치는 특성이 있다”며 “투명하지 못한 규제와 전기, 석탄 등 인프라 설비 등도 부족해 제조업 발달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2005~2007년 연평균 GDP 증가율 9.5%, 2009~2011년은 7.85%로 중국과 더불어 신흥국을 대표하는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해외 투자금이 몰려들었을 때 ‘유동성 파티’만 즐겼을 뿐 제조업 기반 확충 등 구조개혁에 소홀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로케쉬 바루하 네루대 국제무역학 교수는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데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인도의 현주소”라며 “경상적자 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국내 생산기반을 늘려 수입을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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