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K팝의 힘은 트렌드 창조…콘텐츠 지원 8천억원으로 늘렸죠"

입력 2013-09-08 17:01
수정 2013-09-09 00:14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민석 대표
"K팝은 고위험·고수익 사업 문화산업 경쟁력 높이려면 펀드 활성화·공연장 건립 시급"

김용환 행장
"문화 수출 100달러 늘어나면 소비재 수출 412달러 증가…광고 등 파생 비즈니스 늘려야"




사회=최명수 문화부장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소속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시장을 강타하면서 글로벌 음악시장의 리더로 떠올랐다. 유튜브 클릭 건수에서 ‘강남스타일’이 17억건으로 역대 1위, ‘젠틀맨’이 5억건으로 9위에 랭크되는 등 ‘톱10’ 중 2개를 올려놨다. 양 대표는 YG의 영업과 마케팅을 지휘하면서 싸이뿐 아니라 빅뱅과 2NE1 등도 K팝 대표가수로 글로벌시장에 안착시켰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문화콘텐츠를 포함한 지식서비스 분야에 금융지원을 본격 확대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의 수장이다. 지난해 지식서비스 분야에 40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화콘텐츠산업, 즉 창조산업의 글로벌화에 힘을 쏟고 있는 두 리더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두 분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 기간 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셨습니다. 어땠습니까.

김용환 행장=예, 방중 기간 조찬 모임에서 양 대표를 처음 만났습니다. 문화융성위원으로서 10분간 K팝 한류에 대해 연설하는 것을 경청했지요. 양 대표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어요. 형 양현석 대표프로듀서와 함께 싸이, 빅뱅, 2NE1 등으로 K팝 한류를 주도하는 리더라고요.

양민석 대표=김 행장님은 우연히 우리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우리가 최근 애니메이션 업체 레드로버에 50억원을 지분 투자했는데, 수출입은행(이하 수은)도 그 회사가 제작 중인 3차원(3D)애니메이션 ‘넛잡’에 70억원을 지원해 주셨어요. 그동안 수은의 역할을 잘 몰랐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고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방중기간 어떤 성과를 거두셨는지요.

양 대표=중국 최대 포털인 요우커에 YG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채널에 광고를 맡았지요. 이 채널에 최근 YG가 국내 케이블방송사와 함께 방송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보내니까 이틀 만에 100만클릭이 나왔어요. 중국 포털에 한국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니까 YG에 대한 중국 파트너사들의 신뢰가 더 커졌습니다. 앞으로 합작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겁니다.

김 행장=중국 정부가 경제정책을 지식서비스와 콘텐츠산업 등 내수지향적 산업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더군요. YG의 중국 진출은 시의적절합니다. 수은도 YG 같은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중국 현지법인을 만들거나 수출하는 데 자금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K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양 대표=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가 됐습니다.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에 ‘K팝’이란 단어가 새로 등재됐을 정도예요. ‘강남스타일’의 경제가치가 1조원, 지난해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2조원이란 전망(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도 있습니다. K팝은 한마디로 한국과 다른 나라를 잇는 ‘문화라는 이름의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김 행장=수은 해외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K팝 등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마다 정보기술(IT) 제품, 의류, 식품과 같은 소비재 수출이 412달러어치 증가합니다. K팝은 자체 수출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파급시켜 다른 제품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요. 고용창출에도 제조업보다 유리하고요. 제가 외국 귀빈 및 사절들과 만났을 때도 ‘강남스타일’ 얘기를 꺼내면 대화가 부드럽게 시작됩니다. 지난해 수은이 일본에서 10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성사시켰을 때도 투자자들에게 ‘카라’의 친필 사인이 담긴 CD를 선물로 줬어요. K팝의 진정한 힘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트렌드 세터(트렌드 창안자)’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것입니다.

▷양 대표께서는 글로벌 시장에 K팝을 진출시킬 때 자금융통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양 대표=17년째 YG를 운영하면서 금융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K팝 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원칙에 충실합니다. 일본에서 대규모 공연을 할 때 일본 파트너사들이 자금을 부담하면, 성공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적습니다. 초기 제작비를 감당할 자본력이 없으면 아예 출연료밖에 못 받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금을 전액 부담한다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금융권에서 이런 리스크를 함께 부담해준다면 K팝 시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 행장께서는 문화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요.

김 행장=문화산업은 산업 성숙도가 낮고 업종 리스크는 높아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안정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합니다. 수은은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등을 수출할 경우 해당 콘텐츠의 사업성을 평가해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담보대출 위주의 시중은행들과 다르지요. 수은은 사업성 평가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97%인 데 비해 다른 은행은 30~40%에 불과해요. 여기서 신용이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말합니다. 저는 정량분석과 정성(품질) 분석을 절반씩 평가토록 했습니다. 이 같은 신용평가분석 기능이 뛰어나 수은의 부실비율은 0.6%입니다. 시중은행은 1.4%예요. 수은은 지난해 문화콘텐츠 등을 포함한 지식서비스 분야에 400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8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에요.

▷그런데 K팝 분야에는 지원 실적이 없습니다.

김 행장=자금력과 기획력이 풍부한 빅3 엔터테인먼트사(YG, SM, JYP)들의 주도로 해외 진출이 이뤄져 지원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요. 최근 K팝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중소기획사들의 자금 수요가 늘고 있어요. K팝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K팝이 걸그룹 일색에 리듬이나 댄스가 붕어빵처럼 비슷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K팝 시장과 수익성을 더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양 대표=해외 진출 시 현지 파트너와 협업해 수익을 공유하니까 최종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무대 제작 등에는 예상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요. 파이를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외 지사 역할도 강화할 겁니다. 하지만 K팝이 붕어빵 같다는 표현은 듣기에 거북합니다. 흥행 비즈니스에선 다양성보다 트렌드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아티스트들이 춤 추면서 노래하는 트렌드는 K팝의 경쟁력입니다. 다양성은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해가는 데 필요한 요소지요. 문화분야에서는 규칙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싸이가 그렇게 크게 히트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했는데, 세계적인 트렌드와 우연히 결합한 거지요.

김 행장=K팝이 주로 수익성이 낮은 유튜브 등 영상매체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예요. 음반(음원) 판매와 광고, 이벤트, 화보, 출판, TV·영화 출연 등 파생 비즈니스를 더 활성화해야 합니다. 지역적으로도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으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도 있어요. 또한 식음료, 패션, 유통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하는 신규 아이템도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YG는 의류업체 및 3D 영상업체 등과 제휴해 공동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성과는 있는지요.

양 대표=음악 및 아티스트 브랜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패션 코스메틱(화장품) 영상비즈니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패션에서는 지난해 제일모직과 함께 ‘내추럴 나인’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해 조만간 신규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에요. 화장품 업체 코스온과도 협력해 내년쯤에는 신규 브랜드를 만들 겁니다. 또한 세계 최고의 홀로그램 기술을 보유한 디스트릭트, KT 등과 공동으로 홀로그램 공연 제작업에도 뛰어들었어요. 에버랜드에 K팝 홀로그램 공연장을 열고 싸이의 영상을 보여주니까 반응이 좋아요. 확장을 고려 중입니다. 이번에 중국 포털에 진출한 것도 새로운 플랫폼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K팝 공연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양 대표=공연장이 부족하다고 10년간 이야기했지만 뾰족한 성과가 없습니다. 일본은 회당 5만명이 입장 가능한 돔 공연장이 6개예요. 1만석 이상인 실내 아레나 공연장도 7개고요. 수천 석 규모의 홀도 수십 개에 달하죠.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도 공연에 최적화된 아레나가 모두 도심에 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 공연장은 1만석 규모의 올림픽 체조경기장뿐입니다.

정리=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1980년 행시 23회에 합격해 재정경제부 복지생활과장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과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2011년 2월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뒤 문화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다보고 사업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가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1952년 출생.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1997년 형 양현석 대표프로듀서(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와 함께 YG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뒤 영업과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면서 싸이, 빅뱅, 2NE1 등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땐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표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수행했다. 1973년 출생. 명지대 경제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관련기사



<li>비, 김태희 100억 빌라 소식 듣고 갑자기…</li>

<li>"안마사가 아내 엉덩이를…" 중년男 '깜짝'</li>

<li>'돌발' 신동엽, 인터뷰 중 女리포터를 '덥썩'</li>

<li>'스폰서'에게 수입차 선물받는 미녀 정체가</li>

<li>이의정, 6년 전 파산 신청하더니…'발칵'</li>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