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 첫날 토론, 출구전략 공방
美·EU "경제 정상화 과정"…신흥국 "금융시장 급변동"
재정건전화 놓고도 異見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 토론에서는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정책공조’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선진국과 신흥국 정상들이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 날선 논쟁을 벌였다. 미국이 금융위기 때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신흥국들은 이로 인한 역작용 우려를 쏟아냈고, 미국 등 선진국 정상들은 “양적완화(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유동성을 푸는 것) 조치가 종료되는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고 맞받아쳤다.
○미국 출구전략 놓고 난상토론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에 앞장섰던 미국이 이르면 3분기부터 유동성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선진 주요국 정상들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 회복 단계에서 인플레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이를 종료하는 것은 경제 정상화 과정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신흥국 정상들은 성급한 출구전략의 역작용을 부각시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선진국은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한 출구전략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신흥국에는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과 단기 외화 유출입을 부분적으로 규제하는 거시 건전성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재정건전화 시기·속도 의견차
금융위기 대응으로 약화된 각국의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는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재정 악화를 방치할 경우 제2의 유럽 재정위기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회원국들은 이날 회의에서 각국의 정치·재정적 사정을 감안한 중기 재정전략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각국이 2016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어느 정도로 낮출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입·세출 개혁 방안은 무엇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회원국들은 중기 재정전략에서 건전화에 대한 시기와 속도, 방식 등에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예컨대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들은 의욕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했고 속도감 있는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국가들은 여전히 경기하방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재정을 확대하는 등 건전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중기 재정건전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경기 회복을 위한 단기적인 재정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단기적인 재정확대를 위해선 세수확대가 중요하며, 세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G20 회원국 간 ‘역외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액션플랜’ 마련을 촉구했다.
○보호무역 동결 연장 지지
최근 확산되는 각국의 무역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캐나다 일본 프랑스 등은 2012년 멕시코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보호주의 동결서약’의 종료시점을 당초 2014년에서 2년 더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도 일부 국가들의 보호주의 움직임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2016년까지 연장에 대한 적극 지지 입장을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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