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제빵 시장을 가장 앞에서 이끌던 업계 1위 크라운베이커리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크라운베이커리'란 이름으로 빵을 만들어 판 지 25년 만에 모든 사업이 종료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운베이커리 본사는 전날 가맹점주들에게 "경기불황 및 대형 제과·제빵 브랜드와의 경쟁의 어려움 때문에 가맹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로써 1988년 크라운제과에서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올해까지 25년 동안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크라운베이커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크라운베이커리는 한때 가맹점 수 800개를 육박하며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후발주자들의 공격적 출점에 가맹사업이 위축된 데다가 IMF 당시 모기업의 부도로 투자 시기를 놓쳐 골병을 앓기 시작했다.
1998년 사업을 시작해 업계 최초 TV 광고를 선보이는 등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한 크라운베이커리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비틀거렸다. IMF 때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부도를 겪으면서 투자 동력을 잃어 한창 급성장하던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등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제과·제빵 전문점들이 공격적 출점 정책을 펼쳤고,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 수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크라운베이커리 관계자는 "IMF 때 모기업이 부도를 겪으면서 경쟁사들의 공격적 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계약 기간이 끝난 가맹점주들이 대거 대기업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크라운베이커리는 모기업인 크라운제과의 사업본부의 하나로 흡수합병되며 재도약을 꿈꿨다. 당시 크라운제과가 베이커리 가맹사업에서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크라운제과는 이를 일축했다.
이후 본사는 경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가맹사업의 운영 방침을 잇따라 축소·변경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들과 참여연대는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고,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본사와 가맹점주간 갈등을 해결시키기 위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에서 크라운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2000년대 들어와 경쟁사들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동안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변화해가던 베이커리 트렌드를 쫓지 못한 것도 사업 철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때 800개를 훌쩍 뛰어넘었던 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 수는 2010년 250개, 2011년 160개, 2012년 97개로 대폭 축소됐고 현재는 70개 안팎의 가맹점만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가맹점주들이 매장을 폐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9월 말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사업 중단에 따른 보상금 문제는 가맹점주와 협의할 예정이다.
크라운베이커리 관계자는 "지난해 말 크라운제과에 흡수합병된 이후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부득이 사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며 "현재 공정위 고발건 등의 문제는 남은 기간 가맹점주들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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