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게임도 "꽃보다 할배"

입력 2013-09-05 05:58
수정 2013-09-05 15:00
<p>요즘 tvN의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가 예능의 중심에서 인기를 외치고 있다. 평균연령 76세, 넷이 합쳐 302세지만 마음만은 아이돌 못지않은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그리고 이서진의 독특한 조합은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네 '할배'들은 '관을 가지고 다닐' 남다른 각오로 좌충우돌 배낭여행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꽃할배가 큰 인기를 받는 이유에는 몇 가지 특별하지만 사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알찬 콘텐츠로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을 때는 건강과 시간은 있지만 돈이 없고, 중년이 되면 건강과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고, 늙으면 시간과 돈은 있지만 건강이 없어서 여행을 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할배들의 배낭여행은 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하다.</p> <p>또한 평소 방송을 통해서는 보지 못했던 네 할배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 또한 한몫 한다. '직진 순재', '시크 신구', '낭만 근형', '막내 일섭'에 '짐꾼 겸 지도 서진' 다섯 명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들의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억지로 만들어낸 설정이 아니라 70년 넘게 살아온 그들의 진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p> <p>네 할배들을 바라보는 프로그램의 시선도 독특하다. 방송에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어딘가로 이끌고 유도하지 않는다. 할배들의 배낭 여행기를 담은 만큼 스스로 움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각각 할배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p> <p>게임업계에서도 이런 '할배' 게임이 남다른 선전을 보이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트릭스의 2013년 8월 게임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1위부터 20위까지의 게임 중 출시 10년이 넘은 게임은 '스타크래프트(1998)', '리니지(1998)', '워크래프트3', '리니지2(2003)', '메이플스토리(2003)'으로 4개가 있다. 또한 '카트라이더(2004)', '서든어택(2005)', '던전앤파이터(200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5)'도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서비스했다. 지난 8월 16일 발표된 엔씨소프트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리니지'가 848억원, '리니지2'가 1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온'이 233억, '블레이드 앤 소울'이 142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깜짝 놀랄 일이다. 특히 리니지의 경우 지난 분기 대비 28%, 전년동기 대비 45%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p> <p>게임업계는 워낙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곳이라 당연히 '뉴페이스'가 오래된 게임보다 인기도 많고 매출도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5년 된 게임이 아직 10위권 안에 있고, 엔씨소프트 다른 게임들을 합쳐도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보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게임업계에도 '꽃보다 할배'라는 말이 되뇌었다.</p> <p>할배 게임들은 오랜 기간 서비스하며 방대한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유저는 콘텐츠 소비 속도가 LTE급인 것으로 유명하다. '디아블로'씨가 한국에 출국한 지 7시간 만에 변사체로 발견될 정도니 어느 수준인지 짐작 가능하다. 따라서 방금 막 퐁퐁 샘솟기 시작한 샘물보다는 오래전부터 콸콸 흘렀던 강물이 더 어울린다.</p> <p>여기에 각 게임마다 고유의 특성 역시 유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오래된 게임들은 각자의 장르에서는 최고 권위자로 유저들은 편안하고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오래 플레이한 결과 어떤 MMORPG를 플레이해도 '바닥에 무언가 깔리면 무조건 피해라'라는 것과 '딜은 몬스터의 뒤를 잡고 한다'는 것은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p> <p>올 여름 기자를 가장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바로 걸그룹 씨스타의 섹시한 춤보다 '메이플스토리'의 '모험가 개편' 업데이트였다. 졸업생이나 휴학생을 돌아오게 하고, 유저들을 더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린 바로 업데이트였다. 할배 게임은 오랜 기간 서비스하며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콕 짚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게임의 생명력, 영생의 로망을 실현해주는 마술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p> <p>유명한 한 첼로리스트는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유를 묻자 '아직도 제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노장이 죽지 않는 이유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도전하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들도, '할배 게임'들도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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