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히로시 서울 개인전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테디베어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외양은 곰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사람의 그것이다. 그들은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연극 속 캐릭터처럼 다양한 제스처로 관람객에게 손짓한다. 그것은 현실의 모습이라기보다 몽환에 가깝다.
5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일본 작가 고바야시 히로시의 개인전 ‘빛 너머(Paralumina)’는 마치 착잡한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우리 모두의 꿈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아시아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작가는 일본 후쿠시마 태생으로 2011년 3월 쓰나미와 원전 참화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다. 원전사고 후 그의 부모와 가족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고향을 떠나 외딴섬으로 이주했고 자신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띠고 있는 몽환적 초현실적 분위기는 그런 작가의 불안정한 존재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주변인적 처지는 그림의 제작 기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먼저 테디베어 등 여러 가지 인형을 다이나믹하게 배열한 뒤 강한 빛을 투사해 촬영한 다음 컴퓨터 보정을 거쳐 출력한다. 그리고 이것을 밑그림 삼아 캔버스 위에 색채의 층을 쌓음으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은 피아노보다는 기타에 더 열광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피아노 레슨’, 우왕좌왕하는 인형들을 통해 대지진의 혼란을 상기하게 하는 ‘비상대피’ 등 모두 15점이다. (02)725-102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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