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포도 사세요"…농산물 판매 나선 삼성 사장들

입력 2013-09-04 17:29
수정 2013-09-05 05:12
권오현·박근희 등 30여명 참여
서초동 삼성 사옥 앞 직거래장터



삼성이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마련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등 삼성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몰려들었다. CEO들은 오전 9시부터 1시간가량 각각의 회사가 자매결연한 농어촌마을을 돕기 위해 설치한 직거래 매장을 찾아 판매원으로 나섰다.

곳곳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강원 홍천군 화촌면의 한우를 팔던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16만원짜리 선물세트를 고른 육현표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에게 22만원짜리를 사라고 했다. “깎아주면 사겠다”는 육 부사장에게 윤 사장은 “이미 많이 깎은 것”이라고 재차 권했다. 가격표엔 원래 24만5000원짜리를 22만원에 판다고 써 있었다. 육 부사장은 못 이기겠다는 듯 주문했다. 윤 사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날 직거래 장터의 가장 큰 손님들은 역시나 삼성 사장단이었다. 선물을 살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은 사장들은 이날 행사에서 임직원이나 지인에게 나눠줄 선물을 수십박스씩 샀다.

반도체 사업장 인근의 경기 화성시 송산면 포도를 판매하던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사장)은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다가오자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알고보니 김 사장은 바로 옆 충남 아산시 탕정면 부스에서 같은 포도를 팔러온 것이었다. 전 사장은 “경쟁사네”라며 ‘경계’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이 포도를 사러오자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사장이 포도 10박스를 주문하자 전 사장은 “쪼잔하게…, 더 사세요”라고 면박을 주며 10박스를 더 팔았다. 김 사장은 “탕정 포도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바로 옆 농장에서 생산된 것인 만큼 팔아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사장은 김 사장에게도 똑같이 20박스를 주문했다. 윤경상 탕정농업협동조합장은 “사장님들이 다 팔아줘 고맙다”며 “오늘 한 시간 동안 200~300박스는 판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또 경북 영주시 복숭아를 팔던 박상진 삼성SDI 사장을 찾아가 20박스를 산 뒤 “내 것도 팔아달라”며 똑같이 20박스를 파는 장사 수완을 발휘했다. 박 사장은 “복숭아는 3만5000원이고, 포도는 4만원이니 더 사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서초 직거래 장터에서만 7억~8억원어치가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2개 계열사가 전국 35개 사업장에서 167개 자매마을과 함께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직거래 장터 개설은 올해가 3년째로 규모가 지난해보다 훨씬 커졌다. 이 행사는 2011년 당시 농업진흥청장이었던 민승규 삼성경제연구 전무가 삼성그룹에 요청해 시작됐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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