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의 봄'은 올 것인가

입력 2013-09-03 17:52
수정 2013-09-04 02:25
기업을 내리누르려는 규제입법
경제정의는커녕 시장만 잃을뿐
불확실성 줄여주는 일부터 해야

유지수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뚜렷한 기후 변화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무덥고 힘든 여름도 언젠가 끝날 것이라는 확실성 때문에 사람은 희망을 갖고 인내하게 된다. 고통과 어려움이 끝날 것이라는 확실성이 없으면 인간은 희망이 없어지고 불안해진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기업은 물론 강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환경이 급변하면 기업도 무너지게 된다.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경쟁환경이 급변해 기업은 불안할 뿐이다.

여기에 더해 국가가 기업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국가가 기업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기업은 확실성이 있을 때 움직이는 조직이다. 확실한 그림이 보여야 투자를 하고 고용도 시작한다. 불안하고 불확실하면 잠수한다. 2009년 1만1000개나 되던 규제가 작년에는 오히려 1만4000개로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다투어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 1960년대 대기업 영향력이 너무 커지자 이를 두려워해 입법부는 대기업을 규제하고 사법부는 대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1960~70년대 미국 대기업은 각종 규제와 법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대기업의 변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것도 이 시점이다. 미국 대기업은 경쟁력 향상보다는 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대한 로비력 증대, 법적 대응에 대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게 됐다. 결국 이런 환경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서서히 잠식시켰다.

이 틈새를 치고 들어 온 것이 일본 기업이다. 처음에는 전자산업이 타깃이 됐다. 이후 에너지 위기를 틈타 자동차산업을 공략했다. 전자산업과 철강산업이 무너지고 자동차회사는 일본 기업에 무릎을 꿇게 됐다. 미국이 힘 있는 기업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손실은 컸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반기업 정서와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1960년대 미국과 너무 흡사하다. 대기업의 지배력을 줄여서 공정한 사회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정의를 실현한다는 게 의도대로 정의실현은 안되고 경제손실만 안겨줘 결국 국민의 일자리만 외국에 넘겨주는 결과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현실화된 위험한 결과가 한국에서 실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대기업 진출을 막은 분야는 국내 중소기업이 아니라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상법개정도 기업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아무리 지분이 많아도 의결권을 제한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한다. 모회사 지분을 1%만 가지면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책임추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국내 기업이 외국 투자자본의 투기장으로 될 수 있는 제도다. 선진국에서도 기술집약적인 기업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이 인수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해 놓고 있다. 경제정의보다 경제실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다가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고스란히 외국에 넘겨주게 될 수도 있다.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정이 날 통상임금 문제도 매우 걱정스럽다. 보너스를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기업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게 된다. 기업이 추가로 물어야 할 비용은 모두 38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단번에 지급해야 한다면 파산하는 기업도 생길 것이다.

내년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올 것이다. 계절의 흐름은 이렇듯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상법개정, 통상임금문제, 장기화되는 파업 등은 모두 기업에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불안한 기업은 동면한다. 기다릴 뿐이다. 봄이 언젠가 올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국가가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국가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기업경쟁의 전쟁터에 화약을 던지는 일만은 안 했으면 한다.

유지수 < 국민대 총장 jisoo@kookmin.ac.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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