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명단 해마다 절반 물갈이… 실효성 있나
교육부, 연내 구조개혁평가 개선방안 내놓을 방침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교육부는 최근 하위 15%에 해당하는 이른바 '부실대학'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4년제대와 전문대학 35곳이 올해 부실대학으로 지정됐습니다.
통상 부실대학으로 불리지만 정확한 명칭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입니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부담완화 △법인 지표 등의 기준에 따라 평가를 받습니다. 평가 결과 하위 15%에 든 대학들은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제외돼 학교 운영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가운데 정도가 심한 곳은 '학자금대출 제한대학'(14곳)으로 선정됐습니다. 해당 학교는 재학생의 학자금대출이 제한을 받습니다. 또한 이 중 9개 대학은 국가장학금(I유형) 지원도 제한하는 '경영부실대학'에 지정돼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요구받게 됐습니다.
대학 구조개혁을 강행하는 교육 당국은 올해로 3년째 부실대학 명단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간 인지도 높은 서울의 중위권 대학이나 이름 있는 지역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주목 받았습니다. 올해도 몇몇 대학이 의외의 불명예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단 부실대학에 지정되면 해당 대학은 한바탕 홍역을 치릅니다. 자타공인 '괜찮은' 대학들의 경우 후유증은 더 큽니다. 교수·학생·직원은 '멘붕' 상태가 되고 동문들도 들고 일어납니다. 부실대학에 지정됐다 1년 만에 벗어난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학교의 명예와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추락한다"며 "부실대학이란 시선 속에 1년을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낙인 효과가 큽니다. 부실대학에 지정된 학교는 한 해 동안 숨 죽이고 지냅니다. 만사 제쳐두고 다음해 부실대학 탈출을 위해 와신상담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부실대학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준급 대학이 부실대학에 지정되는 까닭은 따로 있습니다. 일단 아무리 좋은 학교라도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해당 평가지표가 나쁘면 피해갈 수 없습니다. 또한 하위 15%를 가릴 때 5%포인트는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선정하는 것도 영향을 끼칩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도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부실대학 명단에 드는 대학이 해마다 절반 가량 바뀐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강조한 '부실대학 퇴출' 공언과 달리, 부실대학 선정 작업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학들도 하위 15%에 선정된 이듬해 곧바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교육부는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 2018년을 대학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으로 잡았지만, 정작 퇴출된 대학은 지금까지 채 10곳도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변죽만 울렸을 뿐이고 의지 부족에 실효성도 의문이란 얘기가 나올 만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학 관계자들은 "부실대학 낙인을 찍어 학내 구성원부터 동문들까지 뒤집어 놓고서는 등록금 인하하고 학생 장학금 많이 주면 바로 부실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며 "현행 방식은 정말 부실대학을 가려내 퇴출시킨다기보다는 '폭탄 돌리기'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을 반영해 연내 구조개혁 평가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입니다. 구조개혁의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 평가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과연 교육 당국이 부실대학을 제대로 가려내 이들 대학을 강력히 퇴출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지 궁금합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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