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라쿠텐이 2억弗에 사들인 '한인 부부 벤처'

입력 2013-09-02 23:14
수정 2013-09-03 02:47
인사이드 Story 네티즌이 드라마·영화에 직접 자막 다는 '비키'

첫 창업실패 뒤 취업전선
美유학후 창업 3수 끝 성공



한국인 30대 부부가 창업한 동영상 서비스 벤처기업 ‘비키(Viki)’가 2억달러(약 2197억원)에 일본의 최대 전자 상거래기업 라쿠텐에 팔린다.

2일 벤처업계와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올싱스디지털 보도에 따르면 최근 라쿠텐은 세계 영상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비키를 2억달러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비키는 호창성(39)·문지원(38) 대표 부부가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벤처회사다. 세계 최초로 동영상 콘텐츠에 다국어 자막 번역을 넣어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호·문 대표는 ‘칠전팔기’ 정신으로 수차례 실패와 위기를 딛고 비키를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시켰다.

◆이용자들이 동영상에 직접 자막

2007년 선보인 비키는 동영상 업계의 위키피디아로 불린다. 이용자들이 백과사전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위키피디아처럼 동영상 자막 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몰려 자발적으로 동영상에 자막을 만들어 올린다. 이를 통해 150개국이 넘는 나라 이용자가 전 세계의 드라마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자기 나라 언어로 볼 수 있다.

호·문 대표가 대학을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만든 이 서비스는 2010년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430만달러(약 47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미국 현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실리콘밸리의 IT 전문지 테크크런치가 매년 20개 부문에 걸쳐 유망 벤처기업을 시상하는 ‘크런치어워드’의 ‘최고 해외 벤처기업’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M&A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글로벌’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비키도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와 M&A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호·문 대표는 평소 벤처업계 행사 등에서 “주먹구구식 소프트웨어 개발은 국내에서만 통한다”며 “국내 벤처는 한국의 개발 환경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DNA’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실패 딛고 성공한 뒤 재창업 나서

재미동포 출신도 아닌 국내 기업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드문 사례지만 뒤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다. 각각 서울대 전기공학과,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호 대표와 문 대표는 3차원(3D)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사업 아이템으로 2000년 첫 창업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벤처 붐이 수그러들면서 1억원이 넘는 빚을 지는 등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린 것.

사업을 접고 일반 기업에 취직해 빚을 갚았지만 창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아내인 문 대표가 하버드대로, 호 대표가 스탠퍼드대 MBA로 유학길에 올라 학업을 병행하며 2007년 비키를 창업했다. 이용자 반응은 좋았지만 콘텐츠 확보, 자금 조달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 드라마 콘텐츠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가면서 근근이 살린 비키 서비스는 현지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며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비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으면서 부부는 호 대표의 스탠퍼드대 1년 선배인 라즈믹 호바히미안을 비키 최고경영자(CEO)로 앉히고 재창업에 나섰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의 행보다. 지난해 호·문 대표가 내놓은 ‘빙글’은 관심사에 기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비키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출시된 이 서비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만든 케이큐브벤처스에서 5억원을 투자받았으며 매달 100만명 넘는 사용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김보영/임원기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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