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준·이유현·구용우…효성 신입 3인의 취업전략
윤태준
30년 이상 근무할 회사라면 1년 정도 준비하고 직무 정해야
밖에선 '회사 얼굴'로 당당하자
이유현
토익 성적 없지만 학점은 4.29점
"야근 잘할 수 있는 체력 다졌다"…면접관들 손뼉 치며 환호
구용우
작전 없이 50곳 원서 내 탈락
영어·프랑스어 앞세운 전략 수정…서유럽 영업 뛰는 '효성맨' 변신
“아웃도어 의류나 수영복·스타킹·스키니진을 만들 때 쓰이는 스판덱스 원단 중 상당 부분은 효성의 크레오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아세요?” (이유현 효성 산업자재부문 사원·24)
“노틸러스효성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국내시장 점유율 1등이죠. 전 세계 자동차 두대 중 한대는 효성 타이어코드가 들어간 타이어를 쓰고 있으며 사이다·콜라의 페트병도 효성이 만들고 있습니다.” (윤태준 효성 화학부문 사원·26) “서울 야경의 40%는 효성의 송배전 설비가 밝혀주고 있어요.” (구용우 효성 중공업부문 사원·28)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 올 1월 입사한 동기생이다. 올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효성 샛별 3인’을 만나 취업성공 비결과 직무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66년 동양나일론으로 시작한 효성은 47년 만에 섬유, 화학, 중공업, 산업자재,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7개 부문(PG)에 24개 사업부(PU)를 운영하고 있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단, 안전벨트용 원사 등 4개 분야에서 ‘글로벌 No.1’을 달리고 있으며 해외 매출이 70%를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효성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엔 사상 최대 매출(4조797억원)과 영업이익(2074억원)을 기록했다.
○“채용설명회를 100% 활용하라”
지난해 여름방학 중 ‘진학’에서 ‘취업’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현 씨는 토익 성적마저 없었다. “출발부터가 불안했죠. 게다가 주변엔 고(高)스펙자가 얼마나 많던지. 하지만 취업을 위한 나만의 강점이 뭔지를 알기 위해 학교 취업설명회와 박람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씨는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찾아 나만의 내세울 강점이 뭔지를 묻고, 캠퍼스 리크루팅에 나온 직원들에게는 내게 맞는 직무가 어떤 것일지를 물었다.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학점(4.5 만점에 4.29)이었다. 이는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했다. 박람회 모의면접에서 “공부만 할 줄 알고 사회생활은 꽝인 ‘범생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던 것. “오랜 상담을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배웠죠. ‘저는 학점을 따기 위해 밤 늦도록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는 맡겨진 회사 일도 책임있게 하고, 야근도 잘할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자 면접관들도 박수를 치더군요.”
이씨는 취업을 앞둔 많은 후배 여대생을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직장생활은 여직원·남직원이라는 카테고리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평소 스스로를 여직원이라기보다 효성 직원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효성은 출산휴가, 육아휴직의 불이익이 전혀 없는 회사여서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내게 맞는 직무·기업을 택하라”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윤태준 씨는 생산·기술직무 대신 글로벌 영업을 택했다. “저는 학점(4.5 만점에 3.3)이 단점이었어요. 대신 영어(토익 980점)에 자신이 있었기에 글로벌 영업파트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을 어필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땐 단점보다는 가능성을 보는 것 같아요.”
윤씨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회사와 해야 할 직무를 4학년 초에 정했다. “앞으로 30년 이상 근무할 회사를 정하는 일인데 최소한 1년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효성의 핵심가치를 보고 저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어요. 자기소개서도 여유있게 작성할 수 있었죠. 이런 준비가 면접 때 당당할 수 있는 힘이 됐죠.”
옵티컬필름 영업팀에서 일하는 윤씨는 “제가 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술영업은 고객의 요구조건(주로 제품 스펙과 판매 가격)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이를 생산·품질·연구개발 부서에 전달해 최상의 제품을 생산,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술영업은 밖으로는 기업의 얼굴로서 회사를 대표해 고객사를 상대하고, 안으로는 고객사와 기업 내부 부서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영업을 위해선 자신이 맡은 제품에 대한 산업 트렌드와 전망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를 알아줄 회사는 있다…좌절은 금지”
구용우 씨에게도 취업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는 여느 취업준비생처럼 작년 하반기 채용기간 50여곳에 원서를 냈다. 카투사 출신으로 영어 실력도 상당했지만 구씨는 최종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영어와 프랑스어 구사 능력을 앞세워 효성의 문을 열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구씨는 외국어 구사 능력 덕에 서유럽 영업을 맡고 있다. 채용팀 관계자는 “영어 외에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도 가능하다면 입사에 유리하다”며 “언어는 입사를 위한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씨는 입사 후 GBC(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5박6일의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 기술과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회사에서 신입사원에 얼마나 투자하고 배려하는지 느껴졌죠. 이메일 작성과 영어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취준생들도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꾸준히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어쩌면 수차례 탈락으로 마음고생이 심할 수도 있어요. 2~3개월간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합니다.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회사가 있다면 ‘아직 그 회사가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구나’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분명 나를 알아주는회사가 있을 거예요.”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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