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인사제도 개편] 다른 기관 경험해야 고위공무원 승진…부처 이기주의 깬다

입력 2013-09-01 17:14
수정 2013-09-02 02:47
2014년부터 他기관 1년 이상 근무경력 있어야
"힘 있는 부처의 인사적체 해소 수단" 우려도


정부가 내년부터 1년 이상 다른 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없는 공무원은 국장급 고위 공무원으로 승진시키지 않기로 했다. 부처 간 혹은 중앙과 지방정부 간 공무원 인사 교류를 확대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특정 부처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처이기주의 해소가 목적

안전행정부는 다른 기관 근무 경력을 고위 공무원단 역량 평가 시 응시 요건으로 하는 ‘고위 공무원단 인사 규정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1일 발표했다.

고위 공무원단 역량평가는 과장급 공무원이 국장급 고위 공무원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도로, 2006년 7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대다수 고위 공무원이 소속 부처 이익에만 매달리는 부처이기주의가 만연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 인사 교류 공무원에 대해선 고위직 승진 때 우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처이기주의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고위 공무원이 정책 현장과 협업 부처의 시각을 겸비할 수 있도록 4급 이상은 1년 이상 다른 기관 근무 경력이 있어야 고위 공무원단 역량 평가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6월 말 기준 과장급(3·4급) 이상 인사 교류자 27명이 연간 고위 공무원단 승진자 200명 전체로 확대되면서 인사 교류자가 7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기관 근무 경력으로는 파견, 고용휴직, 기관 간 전보 등 소속 장관을 달리하는 기관에서 근무한 모든 경력을 인정한다. 다만 교육훈련, 부처 통폐합, 시보 임용 기간 중 타 기관 근무 경력은 제외한다. 내년 현재 3·4급 공무원으로 4급 임용일부터 5년이 지났거나 고위 공무원단 후보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 역량평가가 진행 중인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행부는 일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다른 기관 근무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행정직 공무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인사 교류 중인 공무원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근무성적과 성과급 평정 시 인사 교류 전 등급과 같은 등급이나 한 단계 높은 등급을 주도록 할 계획이다.

○인사 적체 해소 위해 악용 가능성도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번 방침에 대해 부처별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안행부 과장급 간부는 “그동안 안행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고시 출신도 많고, 인사 적체가 심해 승진이 어려웠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인사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안행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정부 부처 중에서도 인사 적체가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A부처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자칫 ‘힘 있는’ 부처에서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보직을 못 받은 과장급들을 무더기로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지방 간 인사 교류가 중앙부처 공무원의 자리 만들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단이 이미 지자체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3·4급 직위까지 중앙 정부에서 내려온 간부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 시·도의 기획관리실장(2급)은 대부분 안행부 고위 간부가 맡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기초 지자체는 상당수 지역의 부단체장도 안행부 공무원들이 임명됐다. 서울시의 경우 부구청장은 대부분 서울시 출신 공무원이 맡고 있다.

중앙과 지방 간 1 대 1 교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실시된 인사 교류에서 지방으로 내려간 3·4급 공무원은 19명이었지만 지방은 13명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인사 적체가 심한 중앙부처는 4급 이상 간부들을 내려보내는 반면 지방에선 5급 이하 공무원들이 올라가는 사례가 많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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