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신성건설 5년만에 눈물의 법정관리 졸업

입력 2013-08-30 17:30
수정 2013-08-30 18:11
이 기사는 08월29일(08:4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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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세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청산위기에 몰렸던 신성건설이 5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다. 1만6000명의 협력사 임직원과 가족들이 채권단에 보낸 눈물의 탄원서와 건설업 구조조정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공사)의 등장, 신성건설의 정상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한 법원의 결단 등이 61년 전통의 중견 건설업체의 반전 드라마를 가능케 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다음달 15~16일께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신성건설은 2008년 11월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5년여 만에 회생절차를 졸업하게 된다.

지분 80%를 보유하는 유암코를 새로운 대주주로 맞아들여 회사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유암코의 신성건설 인수는 2009년 5월 처음으로 M&A를 추진한 이래 네번째 만에 성사된 거래다. 대림디앤아이와 우진정밀화학 컨소시엄, 장헌산업 컨소시엄 등 세차례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기대를 높였지만 번번이 채권단의 반대와 관계인집회 부결로 실패했다.

법정관리의 족쇄에 묶여 신규수주와 영업이 중단되면서 회사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2009년 M&A를 추진할 당시 대림디앤아이는 인수가격으로 584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11월 추진했던 M&A에선 161억원까지 떨어졌다. 40위권이던 건설사 순위도 190위권까지 밀려났다.

청산 위기에 내몰렸던 신성건설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유암코였다. 은행 부실채권(NPL) 인수를 주업무로 하는 유암코가 건설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건설경기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다른 부실 건설사들의 매각작업도 매번 실패로 돌아가던 때였다.

하지만 유암코는 지난해 M&A에서 제시된 가격보다 76억원이 많은 237억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해 청산 외엔 방법이 없다던 채권단을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이성규 유암코 대표는 "시장논리로 소화가 안되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것은 구조조정전문회사인 유암코의 설립취지에도 맞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부실 건설 조선 해운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신성건설과 협력사들이 힘을 실었다. 신성건설 임직원들은 지난해 급여 50%를 삭감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신성건설 임직원들이 나서서 고통을 감내하자 협력업체 임직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포함된 1만6000명이 신성건설 M&A를 탄원하는 서명부를 돌렸다. 이번 M&A 마저 실패하면 회사가 사라진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호소였다.

신성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 및 가족 1만6000명의 호소는 법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채권단이 신성건설이 제시한 정상화 계획(회생계획안)으로는 받을 수 있는 채권이 너무 적다며 반발하자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하는 결단을 내렸다. 신성건설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사현장의 미수금을 회수하면 2017년까지 50억원을 추가로 갚아 3%인 무담보채권자에 대한 변제율을 5~6%까지 높이겠다는 약속도 요지부동이었던 채권단을 설득했다.

결국 신성건설의 운명을 결정짓는 회생계획안이 지난달 15일 채권단 및 이해관계자의 최종 협의기구인 관계인집회를 통과하면서 유암코의 인수가 확정됐다. 지난 9일 50억원을 1차로 갚고, 23일 출자전환 방안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법정관리 졸업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게 됐다. 유암코는 새로 인수한 법정관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관례를 깨고 최승규 신성건설 사장을 유임시켰다. 1981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오른 이래 지난 5년간 법정관리 기업을 이끌어 온 최 사장의 리더십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신성건설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신규수주도 가능하게 됐다"며 "신성건설이 특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교량 등 토목공사 수주에 주력하면서 주택사업 진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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