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실버보이들 록페를 휘어잡다

입력 2013-08-30 17:27
수정 2013-08-30 21:32
신중현 조용필 들국화 김창완, 관록의 연주 카리스마…관객들에게 선사

한경·텐아시아 공동기획


광복절인 지난 15일 록페스티벌 ‘슈퍼소닉’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에는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이 있었다. 2만여명에 달하는 관객은 연신 “조용필”을 외쳤다. 관객 중 대부분은 20대 젊은 층이었다. 그들은 마치 조용필의 열성팬마냥 첫 곡 ‘미지의 세계’부터 마지막 앙코르 곡 ‘여행을 떠나요’까지 열정적으로 합창했다.

18일 록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가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무대에 올랐다. 수만명의 관객이 ‘미인’과 ‘아름다운 강산’을 합창했다. 젊은이들이 한국 록의 고전을 따라 부르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최근 록페스티벌에서 한국 록의 노장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인기 있는 젊은 록밴드들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중현 조용필을 비롯해 들국화 김창완 등 한국 록의 역사를 만들어온 거장들이 후배들과 함께 록페스티벌을 장식하고 있다.

조용필은 후배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데뷔 후 처음으로 록페스티벌 출연을 결심했다. 록페스티벌 캠페인송으로 후배들과 함께 자신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를 녹음하는 자리에서 그는 “기쁘다. 젊어지는 느낌이다. 나도 밴드부터 시작했는데 요새 밴드 후배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다. 같이 해보면 후배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슈퍼소닉’에는 조용필이 출연료를 기부해 만든 ‘헬로 스테이지’도 마련됐다.

신중현은 “지금까지 단독 공연 중심의 무대를 고수해 이런 페스티벌 형태의 종합 공연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록페스티벌은 협연자나 무대 규모, 장비 등이 특별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그는 70대 노장이 아닌 혈기 넘치는 로커의 모습이었다. 가녀리게 떨렸던 신중현의 목소리는 곡이 거듭될수록 점점 또렷해졌고 ‘미인’에서는 쩌렁쩌렁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신중현의 두 아들 대철과 윤철이 주고받는 기타 연주도 압권이었다. 거장을 소환하는 것이 록페스티벌의 미덕이라면, 이날 신중현의 공연은 그 미덕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같은 날 ‘시티브레이크’에는 김창완 밴드가 무대에 섰다. 김창완은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산울림 시절의 히트곡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가지 마오’ ‘아니 벌써’ 등을 비롯해 최근 신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줬다. 확성기를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는 등 젊은 로커 못지않은 에너지가 압권이었다. 지난달 2일부터 4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는 들국화가 무대에 올랐다. 들국화 공연에는 시나위 출신 보컬리스트 김바다, 게이트 플라워즈 기타리스트 염승식 등 후배들이 함께 공연을 해 의미를 더했다. 원더걸스의 예은도 전인권과 함께 노래했다.

정원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서는 평소 페스티벌에서 보기 힘들었던 롤링 스톤스가 올해 ‘글래스턴베리’에 처음 출연해 화제가 됐다. 국내 페스티벌에서도 신중현 조용필 같은 레전드급 아티스들이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 젊은 팬들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정 텐아시아 기자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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