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필드서 다져온 '여돌이'들의 우정

입력 2013-08-30 17:15
수정 2013-08-31 01:55
Golf는 즐거워 (14) - 여행업계 골프모임 PAG

라운딩 통해 친목 다지고 비즈니스 정보 교환
아버지 회사 물려받은 여행사 대표 2대째 회원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 6번홀. 505m 거리의 파5 홀로 롱기스트 상이 걸려 있는 곳이다. 페어웨이 오른쪽에는 연못이 자리잡고 있고 왼쪽에는 배나무가 심어져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한다. 이진석 내일투어 대표(49)가 드라이버를 날리자 ‘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날아갔다. 공이 멈춘 곳은 270m 지점. 동반자들이 “사업도 잘하더니 여행업계 공인 장타자답군. 롱기스트도 타겠네”라며 축하해준다.

33년째 이어오고 있는 여행업계 골프모임인 PAG(Passenger Agent Golf association)는 즐거움, 끈끈함이 비즈니스와 함께 어우러진 동호회다. PAG의 195회 정기모임이 열린 지난 28일 용인시 모현면의 레이크사이드CC를 찾았다.

PAG는 1981년 여행업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주요 항공사와 여행사의 대표들이 만든 골프 모임이다. 이렇다 할 여행 관련 모임이 없던 시절 한 달에 한 번 회원들이 모여서 골프 라운딩을 하며 여행 업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친목을 쌓기 위한 만남이었다. 이렇게 약 30개 회원사로 시작된 PAG는 이제 18개 항공사 지사와 30개 여행사가 가입한 모임으로 성장했다.

이날 PAG 모임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30여년 이어온 오랜 모임이다보니 회원 모두 막역한 친구이자 업계 동료였다. 티오프 전에는 오랜만에 본 선후배들이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고 라운딩 도중에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격려하며 골프를 즐겼다. PAG 회장을 맡고 있는 강완구 일동여행사 대표(61)는 “여행업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여돌이’라고 부른다. 누구와도 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PAG에 오면 즐거움이 넘친다”고 했다.

동종업계에서 경쟁하는 회사들이 이렇게 친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PAG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진석 내일투어 대표는 “여행업체가 사업상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이 모임에선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보를 교류한다”며 “경기 흐름에 민감한 업종이어서 정보 등에 대해 공유하고 미리 준비하곤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양한 의견과 사업 정보를 모으는 창구로서 역할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정기모임엔 7팀 28명의 회원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라운드에는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인 최현진 전 싱가포르항공 한국지사장(72)도 참석해 후배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최 전 지사장은 “PAG는 여행업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모임이다. 후배들의 노력으로 PAG가 33년을 이어올 수 있어서 뿌듯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56)은 “외환위기 때 PAG 회장을 맡았는데 다들 사업이 힘들어 참석 인원수가 크게 줄었다. 모임을 이어가기 위해 한 팀이라도 만들어서 진행했던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66)은 라운딩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저녁식사 자리에는 참가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모임에선 자연스럽게 여행업계의 이슈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일본 관광이 이날의 최대 화두였다. 양무승 투어2000 사장(59)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올 들어 30% 이상 줄었고, 방사능 공포로 일본으로 나가는 관광객도 지난달부터 크게 줄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창립 후 한 세대 이상 지난 만큼 대를 잇는 회원도 나왔다. 회원 자격을 회원사의 현직 대표로 한정하고 있다. 이성구 세양여행사 대표(46)는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2대째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며 “아버지와 같이 활동했던 선배 회원분들과 함께 좋은 기억으로 PAG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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