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임직원과 식사·골프 금지

입력 2013-08-29 17:17
수정 2013-08-30 03:03
국세청, 전국 관서장 회의
세무조사 결과 정밀 검증



앞으로 국세청 본청 및 지방청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100대 기업 임직원과 식사하거나 골프를 치는 등의 접촉이 전면 금지된다. 또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사후적으로 국세청 감사관실의 정밀 검증을 거친다.

○세무조사 절차도 투명화

국세청은 29일 서울 수송동 청사에서 김덕중 청장을 비롯해 전국 세무관서장 및 본·지방청 관리자 등 2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국세행정 쇄신 방안’을 채택했다.

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현직 고위직 비리 연루 사건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우선 청장을 포함해 본·지방청 국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100대 기업과 지주회사 사주, 임원, 고문, 세무 대리인과의 식사나 골프 등 접촉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사무실 등 업무 관련 장소에서 납세자와의 공식적인 접촉과 동창회 등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만남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고위 공직자 감찰반을 설치해 상시 감찰 활동을 벌이되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의 행위에는 고강도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기조사 대상 대기업(약 1000개)의 세무조사 결과는 본청 감사관실에서 전수 정밀 검증을 하기로 했다. 이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청탁이나 납세자와의 유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국세청 외부 인사 비율을 과반으로 하고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세무조사감독위원회’를 설치해 정기 및 특별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 및 조사 집행 절차와 방식을 심의·자문하도록 했다.

○“스스로 떳떳한지 자문하라”

이날 김 청장은 이 같은 세정 쇄신을 위해 본인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세행정의 공정성과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그러나 청렴에서는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인 만큼 청렴 수준을 국민 눈높이로 조속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정 생태계도 과거와 달라져서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은 더 이상 없다”며 “과거 윈-윈 전략에서 이제는 너와 나에 국가·사회가 포함되는 위-윈-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탈세를 눈감아주는 행위가 당사자 사이에서 윈-윈이 될지라도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며 변화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높고 공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사사로운 손님을 물리칠 줄 아는 ‘병객(屛客)’을 실천해야 한다는 목민심서 가르침을 새겨 저부터 이 시간 이후로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저는 ‘자신의 행동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변에 따라 행동하라’는 ‘뉴스페이퍼 테스트’를 활용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야 생활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자기 통제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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