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소설로 만나는 사회학의 모든 것 '스무 살의 사회학' 출간

입력 2013-08-28 17:35
수정 2013-08-28 17:43
정치학은 정치를, 심리학은 심리를, 법학은 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사회학은? 당연히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사회라는 개념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고 포괄적이기 때문일까. 사회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모호하고 일상과 무관하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사회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개념이나 마르크스니 푸코니 하는 학자들의 이름은 어딘지 사람을 긴장시키는 구석이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회학이 낯선 사람들에게 사회학을 보다 가볍게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스무 살의 사회학>.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이 되어 세상을 탐험하는 나이 스무 살. 스무 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사회학 개념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밀라’는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강의와 교재에서 배운 사회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살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질문들의 답을 찾는다. 왜 사회학을 공부하러 대학까지 왔느냐는 기숙사 친구의 질문에 “생각나는 게 그것뿐”이었다고 답하던 밀라는 사회학이 무엇인지, 사회학이 왜 필요한지 정말로 궁금해진다. 이후 밀라는 사회학의 주요 개념과 일상 속 문제들을 연결시켜 보고 자신의 논리가 맞는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검증하는 일종의 실험을 시작한다. 밀라의 ‘사회학 실험’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족들과, 카페에서 대학원생 선배들과,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심지어 밤거리에서 택시 기사와의 만남은 곧 개념을 대입하고 이론을 재해석하는 장이 된다. 주제도 외모 관리, 연애 감정, 따돌림과 같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제에서부터 권력, 범죄, 불평등, 식민주의 등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밀라의 여러 실험은 콩트?뒤르켐?부르디외?베버?마르크스 등의 고전 사회학자들은 물론 파슨스?쿨리?미드?고프먼 등 국내에서는 생소할지 몰라도 쟁쟁한 사회학자들과 푸코?버틀러?파농 등의 비판적 현대 사상가들의 논의를 넘나든다. 주제 면에서도 근대성, 자본주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기능주의, 과학사회학,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등 사회학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른다. 독자들 역시 밀라의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고, 대학자들의 어려운 문장과 교재의 권위적인 설명에 눌리지 않고 자기 언어로 자기 경험을 풀어나가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사회학 오디세이는 주인공 밀라가 배움에 대한 태도와 삶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어 나가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친구가 어렵게 털어놓는 따돌림의 경험을 무심히 사회학 개념으로 일반화하려다가 불현듯 친구의 감정에 공감한 순간, 밀라는 자기 생각에만 파묻혀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다. 사회 속 개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밀라의 이야기는 결국 ‘사회적 동물’로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사회학 입문서이자 한 편의 소설이라는 이 책의 독특한 성격은 기존 개론서에 대한 저자들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저자 랠프 페브르와 앵거스 밴크로프트는 영미권에서 사회 이론과 불평등, 주변화 문제를 활발하게 연구하며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실제 사회학 교수로서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회학 개론서는 사회학이 무엇인지만이 아니라 개념과 이론을 익히고 활용하는 법을 알려 주고 마침내 학습자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이런 비판적 생각을 바탕으로 사회학에 갓 입문하는 학생들은 물론 사회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사회학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기존 개론서의 틀을 버리고 소설이라는 형식을 택했다. 게다가 사회학 전공자이자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해외의 사회학 연구를 보다 쉽게 소개해 온 역자를 만나 번역도 매끄럽게 되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저자 이마의 추천대로, 이 책을 읽는 방법은 다분히 읽는 사람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필요에 따라 관심 있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읽을 수도 있고, 일반적인 소설을 읽듯 처음부터 흐름을 따라 읽어도 좋겠다. 어떻게 읽더라도 사회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사회학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개념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입문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 저자/역자 소개
랠프 페브르(Ralph Fevre)
1995년부터 카디프 대학교에서 사회 과학의 핵심 이론, 불평등과 노동 분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의 부당 처우 개선에 관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가디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서양 문화의 타락』, 『경제적 행위의 새로운 사회학』 등을 썼다. 현재 시민 사회와 도덕성, 사회 이론에 관한 저서를 집필 중이다.

앵거스 밴크로프트(Angus Bancroft)
에든버러 대학교 사회정치학과 대학원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건강과 질병, 범죄와 일탈, 민족성과 인종 등의 주제에 관해 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사이의 경계, 주변화 과정, 사회 문제의 구성,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은폐된 것들을 주로 연구했다. 저서로 『마약, 중독 그리고 사회』 등을 썼다.

옮긴이 이가람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가 다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계속해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번역을 통해 사회 과학 분야의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사회학을 좀 더 다가서기 쉬운 학문으로 풀어내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옮긴 책으로 『보틀마니아』, 『감정 노동』,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등이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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