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의 인생이 된 유산균

입력 2013-08-27 17:45
수정 2013-08-28 05:16
'유산균 김치' 덴마크 학생 "브라보"
그 값진 선물의 세계화를 위해…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덴마크는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다. 인구는 500만명이지만 유럽에서 낙농기술은 제1의 강국이다. 학비는 박사과정까지 모두 무료다. 해외 유학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사 과정은 지옥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진행해야 하고, 지도 교수는 방향만 제시해준다. 한국처럼 내가 모르는 것을 교수님이 친절하게 가르쳐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한국 청년이 받았던 문화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했던 순 한국 토종인 필자는 북유럽의 독특한 박사 과정의 공부 방식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덴마크 왕립공대는 유럽에서 지명도 7위의 공과대학이다. 그 훈련 과정은 혹독했다.

그러나 덴마크에서 6개월이 지나서 자세히 보니 나만 열심히 하고 내 밑에 있는 석사 과정과 테크니션(실험 보조원)은 완전히 여유만만이다. 오전 10시에 티타임이 있어서 일을 시작할 만하면 모여서 커피와 차를 마시고 과자도 먹으면서 환담을 한다. 그리고 낮 12시에는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점심 먹고 일 좀 하려고 하면 오후 3시부터 또 티타임이다. 그리고 5시면 퇴근한다.

빨리빨리 문화와 한국 대기업의 일중독 습관만 알던 필자는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까울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덴마크의 평범한 일생 생활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한국처럼 밤샘을 하면서 실험을 시킬 수 있을까. 어느날 대학의 학생식당에 가기가 싫어서 모처럼 불고기와 김치를 싸가지고 학교에 갔다. 도시락을 펼치니 덴마크 학생들이 궁금해하며 내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다. 김치 냄새도 이상하고 고기를 간장에 양념해서 먹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덴마크 학생들이 내 불고기를 먹어보고 김치도 먹어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브라보”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때 무릎을 쳤다. 이거야! 한국음식으로 이들을 감동시켜서 한국처럼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배고픈 학생들에게 한국식 불고기는 거의 만찬 수준이었다. 그때부터 실험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지도교수가 감동해서 테크니션을 더 많이 배정해줬다. 불고기와 김치는 결국 많은 덴마크 학생들을 감동시키고 나는 3년 만에 박사 과정 실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김치는 나를 박사 과정을 마치게 해준 고마운 스승이었다. 조상이 물려준 가장 값진 선물 김치, 그 세계화를 위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명준 <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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