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와 맞추자" 의견 우세
28일 '노사합의 허용' 등 보완책 논의
재계 "3년 수당 소급도 큰 짐인데 미래부담까지"
분기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에 대한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법이 꼬여가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원회가 정기 상여금과 수당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 판결처럼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자는 내용이다.
게다가 통상임금에 대한 과거 판결을 뒤엎을지를 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내달 5일 공개 변론을 앞두고 재계가 불안감을 떨치치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 분쟁을 해결할 두 가지 트랙의 해법이 청와대의 의중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재계에선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과거 3년치(임금채권 시효) 상여금 지급 소송도 감당하기 힘든 규모인데 앞으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인건비 부담에 기업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노사 합의 허용 등 보완책 논의
27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임금제도개선위는 통상임금의 기초가 되는 1임금 산정 기간을 한 달 단위로 제한하지 않고 3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 등에도 확대하고, 모든 근로자가 아니어도 고정적인 조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등 최근 대법원 판례처럼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임금제도개선위가 내달 중순께 내놓을 최종 결론은 과거 임금에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임금 체계를 결정하는 지침이 된다.
임금제도개선위 A위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7 대 3 정도로 통상임금 범위를 판례와 맞추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기업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두 차례 회의를 더 하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위원은 “(통상임금 확대로)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임금제도개선위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정했던 최종적인 임금제도개선안 발표는 내달 중순께로 미뤄질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최종안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일부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어 마지막 합의까지는 예정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의 C위원도 “대강의 줄기는 잡혔다고 해도 통상임금 포함·제외 금품의 범위나 보완책 등 세부적인 부분에 이견이 있어 언제 논의가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확실한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위원회 활동을 마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임금제도개선위는 28일 회의를 열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향후 위원회 진행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 합의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대부분 대기업에선 노사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자체 합의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생태계 무너진다”
1임금 산정 기간을 초과하는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작년 3월 대법원의 금아리무진 판결 이후 ‘못 받은 수당을 지급해 달라’며 노조가 제기하는 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래의 임금 제도를 마련하는 임금제도개선위까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기업의 근심은 커져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수당을 계산하면 산업계 전체가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임금은 38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금채권의 소멸 시효(3년)를 고려해 과거 3년치만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확정되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중에는 과거 3년치도 큰 짐이라는 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미래 부담까지 늘어나면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당장 여력이 있는 대기업도 오래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주요 기업 506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20.6%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매우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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