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최부자를 기대하며

입력 2013-08-26 17:52
수정 2013-08-27 02:07
'나누는 富' 실천한 경주 최부자처럼
中企 특허 보호하는 기업 많아져야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우리나라의 명문 부자가문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경주 최부잣집’을 첫손가락으로 꼽을 것 같다. 300년 동안 부를 이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쌓는 부(富)가 아닌 나누는 부(富)’를 실천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경주시 교동 최씨 고택에 가면 목판에 ‘육훈(六訓)’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서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와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가 가슴에 와 닿았다. 이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라’라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맥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부잣집이 존경받는 부를 일군 것은 나름의 정도를 지켰기 때문이며, 이는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특허기술 탈취 이슈가 간간이 기사화되곤 하기 때문이다.

문득 몇 년 전에 본 ‘플래시 오브 지니어스(Flash of Genius)’란 영화가 떠오른다. 포드라는 거대 자동차회사와 개인발명가 간의 기술탈취 법정소송을 다룬 실화이다. 컨즈는 비가 오는 양에 따라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와이퍼를 발명해 특허까지 받는다. 자신의 차에 시제품을 장착해 시연한 후 납품계약을 하자는 포드사 임원의 말만 믿고 있다가 얼마 후 자신의 특허가 도용된 것을 안다. 12년에 걸친 지루한 소송은 결국 컨즈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이혼과 정신병원 강제 수용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영화는 카페 창가에서 비 내리는 창밖 풍경을 보며, 공허한 미소를 짓는 컨즈를 클로즈업하며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컨즈가 겪은 것과 같은 기술도용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허권은 무형의 재산권이라 도용하기 쉽고, 권리도 안정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대기업은 기술도용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고, 일단 문제가 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이를 극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특허기술의 합리적인 사용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특허 사용 계약 체결시 중소기업에 적정한 실시료가 지급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것이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법원도 기술도용 등의 분쟁이 발생하면 신속·정확한 판결로 정당한 권리가 보호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산업계에 경주 최부자와 같은 따뜻한 기업이 많이 나오고, 특허권리를 튼튼하게 보호받아 행복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수많은 컨즈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영민 < 특허청장 kym0726@kipo.go.kr</a> >


박진영, 美서 '적자'나더니 99억을…충격

"오빠! 용돈 600만원씩 줄거지?" 다짜고짜…

류시원 아내에게 친형이 무섭게 내민 칼은…

女배우, 부모님 몰래 '초고속 결혼'하더니…

'성상납 의혹' 맹승지, 황당하다더니 끝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